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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볍고 더 질긴 K방산, 세계시장 질주"

윤형수 한국정밀소재산업 대표
탄소·아라미드 섬유 다층 구조
방산용 경량 복합재 부품 국산화
방호구·드론·장갑차에도 사용
중진공 신성장지원자금 활용해
기술 로드맵 차근차근 이뤄내
美·칠레·인도네시아 공략
방산복합재 매출 147% 성장

  • 이호준
  • 기사입력:2025.05.27 16:08:29
  • 최종수정:2025.05.27 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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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수 한국정밀소재산업 대표.
윤형수 한국정밀소재산업 대표.
첨단 방위산업에서 요구되는 고성능·초경량 소재를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방산용 초경량 섬유 복합재 양산 기업인 한국정밀소재산업(대표 윤형수)은 복합소재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2020년 부산 남구에서 설립된 한국정밀소재산업은 정밀소재 및 복합재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창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의 기반을 다졌고, 단순 외주 제조와 원단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첨단소재 시장 진입을 목표로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정밀소재산업은 자체 설계 및 가공 기술을 결집해 방산 장비용 경량 복합재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복합재는 열과 충격에 강하면서도 초경량으로 제작돼 기존 외산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갖췄다. 이를 통해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을 대체해 국산 기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기존에는 후가공 기술의 한계로 해외 기술을 활용해 생산 원재료를 가공한 후 역수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제조 기업이 가공한 소재를 비싼 가격에 긴 납기를 두고 공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발주처는 납기 지연과 품질관리의 어려움이 컸다. 한국정밀소재산업은 이를 타개하고자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를 조합한 다층 구조 설계와 독자적 배합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완성된 소재는 주로 개인 방호구, 군용 드론, 장갑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다.

첨단소재는 고정밀 장비와 시험설비 구축, 시험용 원재료 확보, 성능 인증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시장이다. 대기업과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물론 수요처의 보수적인 구매 구조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았다.

중진공의 정책자금은 한국정밀소재산업이 이러한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발판이 됐다. 중진공 정책자금 중 신성장기반자금은 성장성을 가진 유망 중소벤처기업이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도록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한국정밀소재산업은 넷제로(Net-Zero) 유망기업지원자금, 제조현장스마트화자금 등 중진공 신성장기반지원자금을 적기에 지원받아 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다. 특히 양산 설비투자에 성공해 생산능력을 키운 덕분에 당초 계획했던 기술 로드맵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정밀소재산업은 융자 외에도 수출바우처 사업, 중진공과 지역 내 공공 액셀러레이터(AC)인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한 투자 유치 등 다방면으로 정책을 활용했다.

이제 갓 5년 차에 들어선 초기 기업이지만 한국정밀소재산업은 국내 주요 방산 업체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방산 복합재 매출은 전년 대비 147% 성장했다. 이 중 매출의 75%는 미국, 칠레, 인도네시아로의 수출 실적이 차지하며, 최근에는 중동 및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기술 국산화로 연간 약 30억원에 달하는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으며, 국내 차세대 장갑차량의 차체 내장재로도 시험 채택돼 양산 전환을 앞두고 있다.

성공적인 시설 도입과 생산 물량 증가는 인력 충원으로 이어졌다. 한국정밀소재산업은 2023년 고용 인원 대비 3배가 넘는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부산 지역 내 대표 우수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정밀소재산업은 이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를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외 방산 시장 확장과 더불어 스마트모빌리티, 풍력 블레이드와 같은 대형 구조물 산업 분야에서 더 가볍고 더 질긴 한국정밀소재산업의 소재가 쓰일 수 있도록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윤형수 대표는 "초경량 복합재 수요는 군수뿐만 아니라 항공우주·해양·재난 대응 분야까지 폭넓게 확대될 것으로, 이에 부응하는 기술 역량 확보가 시급하다"며 "연구개발 중심의 중소기업이 시장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유관기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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