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는 중동 등 해외 진출도
테슬라 “6월말 시범운행 계획”
한국, 규제에 기술검증 막혀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들이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마일리지를 쌓으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동안 한국은 규제에 막혀 자율주행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 웨이모(Waymo)는 지난주에 누적 유료 로보택시 운행 횟수 10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웨이모에 따르면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는 미국 주요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오스틴 등에서 주당 25만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 웨이모는 최근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에서도 승인을 받아 실리콘밸리 지역, 특히 새너제이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차량 내에 운전자가 타고 있지 않은 완전자율주행 방식이다. 30여 개의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 고성능 컴퓨터가 정밀한 주행을 도와 사고율이 인간 운전자에 비해 8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 바이두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회사인 ‘아폴로 고(Apollo Go)’ 역시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100만건 이상의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폴로고는 중국 15개 도시에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두바이, 아부다비에서도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폴로고는 올해 1분기에만 총 140만건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했다.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 역시 로보택시 시장에 곧 진출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는 6월 말부터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지난 21일 밝혔다. 초기에는 10대로 시작해 몇 달 내 1000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6년 말까지 미국 도로에 수십만 대의 자율주행 테슬라 차량을 배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동안 로보택시 사업은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적자 사업’으로만 여겨졌다. 매년 손실이 나지만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는 없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운영 노하우가 쌓이면서 로보택시 서비스 자체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테케드라 마와카나 웨이모 대표는 최근 구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로보택시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며 “웨이모는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로보택시 가치를 가장 먼저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로보택시·자율주행 서비스는 활성화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개발한 기술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선 서울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서 심야 로보택시를 운행 중인 에스더블유엠(SWM), 대구공항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 소수의 업체들만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기준 우리나라에서 자율주행 운행이 허가된 차량 수는 총 455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2500여 대), 중국 우한(2000여 대)보다도 훨씬 적다. 운행 허가 지역도 인구가 거의 없는 지방으로 한정되거나, 서울 도심의 경우엔 구역이 지나치게 좁고 운영 시간도 다른 차량이 없는 심야 시간대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자율주행 원본 영상 데이터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자율주행 영상 데이터 속 사람의 얼굴을 전부 모자이크하는 비식별 처리를 거쳐야 하는데, 이 경우 AI는 학습데이터가 부족해 사람의 얼굴과 뒤통수를 구분하지 못한다. 사람이 차량 쪽으로 얼굴을 돌려 자율주행차량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뒤통수를 계속 보여 차량 접근을 모르고 있는지를 AI가 구분해 각각 다른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이 같은 학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저속으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량까지 일반 차량과 동일한 성능인증을 요구하는 제도 등 업체가 받아야 하는 자율주행용 면허취득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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