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Advance People‘s Real Life).
‘고객의 삶을 개선한다’는 뜻이다. 20대 중반 평범한 대학생이던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37)는 ‘고객의 삶을 개선하고’ 싶은 열망으로 2014년 뷰티 회사를 창업했다. 반지하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정확히 10년 뒤 결실을 본다. 무려 2조원 몸값을 인정받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것. 창업 10년 이내 스타트업이 코스피에 직상장한 사례는 에이피알이 최초다. 상장 이후에도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며 1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로 불어났다. 어느덧 연매출 1조원 돌파도 눈앞에 뒀다. 이제는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명실상부한 K뷰티 선봉장으로 거듭났다.

해외 비중 70% 돌파
미국서 고속 성장 잇는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창업의 꿈을 꿔왔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후 사업을 해보겠다며 처음 개발한 모바일 앱은 현재 에이피알 사업 모델과 거리가 있었다. 그가 세상에 처음 내놓은 서비스는 대학생 간 미팅을 주선하는 모바일 앱. 예상보다 이용자 반응이 좋자 앱에 광고를 실었다. 그중 유독 화장품 부문 데이터가 눈에 띄었다. 화장품 사업의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곧바로 천연화장품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을 만들었고, 매직스노우 쿠션 등의 제품이 히트를 치며 첫해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10·20대를 공략하기 위해 소셜미디어(SNS) 마케팅을 강화한 전략이 효과를 봤다.
당시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해외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였다”며 “창업 3년 차부터 본격적인 해외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에이프릴스킨은 2017년 에이피알로 사명을 바꾼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글램디바이오, 향수 브랜드 포맨트, 셀프 포토 스튜디오 포토그레이 등 브랜드도 계속 만들었다. 2017년 중국과 일본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에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법인까지 열었다. 이후 유럽과 미주 지역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회사는 기업가치 4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9년 본격적으로 진출한 미국 시장이 핵심이다. 지난 2022년 299억원이던 미국 매출은 2023년 679억원, 지난해 1583억원으로 2년 연속 100% 이상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 역시 매출 7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87% 성장했다. 이제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올해 1분기 기준 에이피알 매출에서 미국 비중은 27%로, 국내(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같은 성장에 메디큐브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메디큐브 급성장에 힘입어 2016년 매출 300억원 남짓이던 에이피알은 2018년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20년엔 2000억원을 넘어섰다. 2022년 3000억원, 2023년 5000억원, 2024년 7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에이피알은 올해 1분기에만 2660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본다. 지난해 기준 에이피알 매출에서 메디큐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메디큐브 성장의 중심에 홈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AGE-R)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누적 판매 300만대를 기록한 흥행작이다. 올해 1분기에만 59만대를 판매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배우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해 국내에서는 이른바 ‘김희선 디바이스’로 유명한 제품이다. 회사에서도 에이지알을 성공시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700평 규모 생산시설 에이피알팩토리를 설립한 데 이어 1년도 안 돼 경기 평택시에 두 번째 생산 거점을 열었다. 공장에는 개발·전문 인력이 상주한다.
회사는 매년 성능이 향상된 디바이스를 새롭게 공개하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올해도 하반기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여곡절 끝 코스피 입성
1년 만에 시가총액 ‘4조원’
지금은 국내 대표 뷰티 기업으로 성장한 에이피알이지만, 김 대표가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대어로 코스피에 입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에이피알은 2020년 한 차례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 자진 철회했다.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회사 공동 창업자인 이주광 전 에이피알 공동대표가 2019년 사임하면서 지분을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이피알에쿼티홀딩스에 넘긴 것이 문제가 됐다. 1년 뒤 상장을 추진하던 에이피알 지분은 당시 김 대표가 37%, 에이피알에쿼티홀딩스가 18%를 보유 중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렇게 양분된 지분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에이피알은 해당 지분을 모두 김 대표 소유로 전환하고 실적을 개선해 2024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는 연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이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금세 뒤처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K뷰티 경쟁은 언제나 치열했다”며 “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국의 관세 폭탄 영향에서 에이피알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산 기초화장품은 무관세 대상 품목이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변경 후 10% 관세가 부과됐다”며 “기존에 없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라 관세 영향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제품 품질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 생각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별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는 그동안 선보인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 외에 헬스케어로 영역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다. 클렌징 제품이 인기인 에이프릴스킨은 메디큐브를 잇는 K뷰티 트렌드로 키워나간다는 그림을 그린다. ‘고기능·저자극’ 키워드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에이피알을 글로벌 넘버원 뷰티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해외 시장이 열린 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로벌을 지향하는 경영 전략을 계속해서 펼쳐나갈 계획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