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때 아닌 소송전에 휘말렸다. 자기 건물에 스타벅스 매장을 운영 중인 임대인 37명이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에 민사소송을 걸었다. 스타벅스가 임대인에게 지급해야 할 임차료(수수료)를 고의로 축소했다는 문제 제기다. 수수료는 해당 스타벅스 매장 매출과 연동되는데, 스타벅스가 각종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할인을 남발하면서 제대로 계산됐어야 할 매출이 과소 집계됐다는 지적이다. 합의 없이 내놓은 할인 정책은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이 골자다.
임대인은 할인으로 정가 대비 매출이 적게 계산돼온 만큼, 지금까지 덜 받은 수수료를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본사가 비용을 들여 진행한 마케팅 덕에 늘어난 매출과, 그에 따른 수수료 증가분은 왜 고려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다. 적잖은 월세 수입을 얻는 임대인들이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타벅스 월세 계산 ‘매출 연동형’
임대인 “구독·직원 할인, 반영 안 돼”
이번 소송은 스타벅스와 건물주 사이 임대차 계약 특수성에서 비롯했다. 보통 임대인은 고정 액수 월 임차료를 지급하는 방식이지만, 스타벅스는 다르다. 해당 매장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매출 연동 방식’을 쓴다.
여타 커피 브랜드와 달리, 스타벅스가 전국 약 2000개 매장을 모두 직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점이다. 스타벅스는 더 좋은 입지에 더 많은 매장을 내기를 원한다. 정액 임차료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임대인에게 어필하기 위해 매출 연동 수수료를 선보였다. 스타벅스 매출이 높을수록 임대인 수익도 함께 올라가는 ‘성과 공유 모델’이다.
수수료율은 매장마다 천차만별이다. 많게는 매장에서 발생하는 순매출 20%를 수수료로 받는 임대인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순매출은 매장 전체 매출에서 부가가치세와 파트너(직원) 할인, 무료 쿠폰 사용액 등을 뺀 값이다.
임대인이 최근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매출 누락’이다. 스타벅스가 여러 구독 서비스와 할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래 계산됐어야 할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매출로 잡았다는 주장이다. 할인된 금액을 반영해 매출을 과소 집계하다 보니 받아야 할 임차료가 줄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이다. 임대인은 “스타벅스 본사가 수수료 비용을 줄이고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각종 할인을 진행, 고의로 매출을 누락했다”고 얘기한다.
지난해 10월 스타벅스가 새로 시작한 유료 구독형 서비스 ‘버디패스’가 소송을 제기한 근거 중 하나다. 월 7900원을 내면 가입자는 매일 2시 이후 음료 한잔을 30% 할인받는 서비스다. 이 밖에 푸드 30% 할인, 배달비 무료, 온라인 배송비 무료 등 혜택을 제공한다.
원고 측은 고객이 내는 구독료는 본사가 받아가면서, 매장은 할인폭만큼 매출이 누락돼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버디패스 가입 고객이 1만원짜리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7000원만 매출로 잡힌다. 예를 들어 10% 수수료율로 계약한 임대인이라면 음료 한 잔당 수수료 300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이 밖에 임대인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항이 여럿 된다. 신세계그룹이 2022년 시행한 유료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에서 최초 가입 시 제공하는 스타벅스 무료 음료 쿠폰 5장, 또 그룹이 관계사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스타벅스 할인 혜택 역시 순매출에서 빠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원고 측은 “스타벅스와 임대인 사이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계약상 수수료 산정 기준이 되는 순매출에 변화가 생기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어떤 논의도 없던 건 계약 위반”이라며 “최종적으로 음료·식품 등이 서비스되는 곳은 임대 매장인 만큼, 당연히 현물 제공 시점을 기준으로 매출을 계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송 대리인인 현민석 법무법인YK 파트너 변호사는 “스타벅스 매장은 고비용과 장기간 투자가 필수다. 특히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은 임대인이 별도 건축비를 부담해야 하는 데다 건물 특성상 스타벅스와 계약이 끝나면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도 곤란하다”며 “엄청난 초기 투자 비용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와 계약을 맺는 건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전제로 한 것인데, 투명하지 못한 매출 산정 방식 탓에 임대인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스타벅스 ‘매출 증가율’과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변동 리스료 증가율’ 상관관계에 변화가 없지 않다. SCK컴퍼니 재무제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8.7% 늘어나는 동안 변동 리스료는 그보다 큰 12.2% 증가했고 2023년에는 매출 증가율(12.9%)과 리스료(12.7%) 사이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매출(5.8%)보다 리스료(3.4%)가 소폭이나마 덜 늘어났다.

스타벅스 “매출 늘리고자 했을 뿐”
할인 정책, 오히려 매출 도움 돼
스타벅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출 증대 노력을 했을 뿐인데 그걸 수수료 고의 인하로 바라보는 건 맞지 않으며,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임대인과 신뢰가 무너져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유료 멤버십으로 인해 전체 매출이 늘었고 매장 임대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항변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 오픈 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법한 임대차 계약과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으며, 계약에 따라 일자별로 월 매출액이 투명하게 기재된 정산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원고 측에서 문제로 제기한 ‘버디패스’는 매장 임대료 증대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버디패스 가입 전후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한 결과 방문 빈도수와 구매 금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권 변화나 경기 상황에 따라 개별 매장 매출과 임대료에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고의로 매출을 누락했다는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본사 매출 증대 노력과 신뢰를 폄하하는 일부 임대인 소송에 유감스럽고,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커피 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 일각에서도 스타벅스 임대인이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본사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각종 마케팅에 힘입어 매출이 늘어날 때는 문제 제기가 없다가 최근 매출이 떨어지자 무리한 주장을 펼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매출 증대를 위한 마케팅을 할 때마다 일일이 점주 허가를 구하고 계약을 고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매출이 늘어나면 임대인 덕, 줄어들면 본사 탓’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다만 스타벅스 본사가 사전에 계약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창업 전문가 역시 “당장 수익을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가르는 것처럼 보인다. 스타벅스 입점으로 그간 오른 건물 가치와 현재 벌어들이는 월세 수입을 포기하면서까지, 누락 수수료 반환을 요구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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