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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단숨에 6위…10년 숙원 푼 우리금융

동양생명·ABL M&A

  • 박수호
  • 기사입력:2025.05.23 15:08:34
  • 최종수정:2025.05.23 15: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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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ABL M&A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이 10년 만에 보험업에 재진출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 인수하면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금융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총자산 53조원 규모 업계 6위 생명보험사를 품에 안게 된다. ‘은행 중심 수익 구조를 탈피하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겠다’는 임종룡 회장의 전략이 한 획을 그은 셈이다. 임 회장은 취임 후 줄곧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외쳐왔다. 이번 인수로 우리금융은 은행, 증권, 보험의 삼각편대를 완성해 금융지주 사이에서 ‘메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보험업 재도전, 왜 지금?

은행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우리금융에 보험업은 과거의 아픔이자 반드시 되찾아야 할 전략적 영토였다. 과거 우리아비바생명(현 iM생명)을 자회사로 뒀으나 2014년 매각하며 10년간 보험 부문에 공백이 생겼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생명보험사가 없다는 점은 그룹 균형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그룹 수익의 102.8%를 우리은행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는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은 6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다. 이 중 우리은행 순이익은 6331억원이다. 같은 시기 우리자산신탁이 138억원 적자, 우리신용정보 등 일부 계열사도 당기순손실이 났다. 정리하자면 은행은 돈을 버는데, 다른 계열사는 까먹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2024년 말 기준 은행 부문 자산, 이익 의존도는 각각 83%, 83.5%로 대폭 낮아진다. 반면 보험 부문 자산, 이익 비중은 각각 9.2%, 11.9%로 국내 은행금융지주 평균을 웃돈다. 보험업 재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그룹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는 의미다.

금융위가 제시한 내부통제 개선과 자본관리 계획 이행을 충족해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우리금융은 앞으로 5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일 계획이다.

사진설명

동양·ABL생명 매력적일까

은행·보험·자산운용 시너지 기대

동양생명은 방카슈랑스와 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중견 보험사다. 안정된 고객 네트워크로 꾸준히 성장했다. ABL생명은 알리안츠생명 후신으로 자산운용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4%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록하며 업계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런 강점에 우리은행의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전국적인 영업 채널을 활용한 방카슈랑스 판매를 더하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 고객에게 맞춤형 보험 상품을 제공하고, 은행 상품과 연계한 복합 금융 서비스를 개발, 교차 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ABL생명은 이미 방카슈랑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은행의 강력한 네트워크와 결합될 경우 상당한 판매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산운용 측면에서도 기대할 점이 많다.

통합보험사의 방대한 운용자산을 그룹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또는 우리글로벌자산운용)에 위탁 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열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김으로써 별도의 대규모 운용 인력 유지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전환(DX), AI 기반 운영 혁신에서도 높은 효율을 기대봄직하다. 우리금융은 보험 청약, 심사, 인수, 보험금 지급 등 주요 업무 처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 업계 최고 수준의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최근 보험 업계 화두인 DX 흐름에 부응하는 것으로 더불어 운영 효율성 증대,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은 또 이번 인수로 유휴 은행 점포 등을 활용해 요양·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등 보험업과 연계 가능한 신규 사업 모델 발굴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더 나아가 보험사가 확보한 대규모 장기 자금은 우리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 역량 강화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우리투자증권이 기업 자금 조달(주식 및 채권 발행)을 돕거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유망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딜 소싱(Deal Sourcing)’을 할 때, 새로 편입된 보험사가 ‘큰손’ 투자자로 참여해 우량한 투자 건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는 그룹 전체의 IB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변수는 없나

두 보험사, 합쳐질까?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일단 회사 문화가 서로 너무 다르다. 이를 슬기롭게 하나로 융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고용 안정과 노조 협의도 관전 포인트다. 합병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노사 간 대화를 최우선으로 진행하며 과거 구조조정 없는 인수 전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시장은 주목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두 보험사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며 그룹 비전을 공유해 단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지주 입장에서 인수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의 부채 비율, 이중 레버리지 비율 등 재무 지표에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은 단기적으로 자기자본비율(BIS) 등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외 환경도 썩 우호적이진 않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국내 보험 산업은 성장성 둔화, 수익성 약화, 건전성 악화가 동시에 예상된다. 올해 생보 수입보험료는 정체되고, 전체 보험료 시장 성장률은 2.4%로 둔화할 전망이다. 특히 2025년 초회 보험료는 9.2%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 신규 계약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상황이 이런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자칫 보험업 부문에서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배당 확대 등 ‘밸류업’을 통해 주가 관리를 해야 하는 지주 입장에서 한 식구가 되는 두 보험사에 배당 기여도를 기대하기도 만만찮다. 왜냐하면 두 보험사가 공히 지급여력비율(잠깐용어 참조)이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간신히 웃돌거나 모자라기 때문. 참고로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전 기준)은 155.5%, ABL생명은 111.8% 정도다. 이렇게 두 보험사의 자본 여력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지주 입장에서는 배당 대신 이들 보험사에 추가 자본 투입을 할 수도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자추위는 최근 동양생명 대표 후보에 성대규 우리금융지주 생보사 인수단장을, ABL생명보험 대표 후보에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를 각각 추천했다. 우리금융 측은 안정적인 자본 관리를 통해 세간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M&A가 단순히 한 금융그룹의 사업 확장을 넘어 우리금융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비전 실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잠깐용어 *지급여력비율

계약자가 보험금을 요청할 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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