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온라인 교육 플랫폼 '라이트 라이크(WriteLike)'의 뉴스레터 에디터 존 워너는 수십 년 동안 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가르쳐 왔다. 그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어바나섐페인대, 찰스턴대 등에서 소설, 설득하는 글쓰기, 비즈니스 글쓰기 등 다양한 유형의 글쓰기 수업을 가르쳤다. 이후 다수 매체의 에디터와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 작문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라이트 라이크에서 운영 중인 뉴스레터 '인게이지드 에듀케이션(Engaged Education)' 에디터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글 관련 커리어를 쌓아온 워너는 AI 등장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나아가 그는 AI가 인간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할까? 워너는 최근 해외에서 출간된 저서 '단어가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다: AI 시대에 우리는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More Than Words: How to Think About Writing in the Age of AI·Basic Books 펴냄)'에서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뤘다. 그가 주장하는 바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인공지능은 글쓰기를 할 수 없다'다.

하지만 그는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AI가 글쓰기를 할 수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혔다. 워너 저자는 '글쓰기는 생각과 감정이 내재된 행동이며 목적이 있는 소통'이라고 정의하며 '이는 AI가 생성하는 문장과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단순히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생성하는 것은 작문이 아니다. 진정한 글쓰기에는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이 들어가기에 생각과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은 글쓰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워너의 주장이다. 나아가 그는 챗GPT를 비롯한 AI의 '가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또 왜 그에 가치를 두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워너가 저서에서 'AI가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로 든 한 가지 예시를 알아보자. '시나몬롤'을 주제로 글을 작성하는 상황이다. AI가 이를 주제로 작문하면 시나몬롤의 맛, 영양정보 등이 나열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면 시나몬롤에 대한 특별한 추억, 즉 개인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 속 감정 혹은 추억을 되돌아보며 생기는 감정으로 작문을 한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에는 되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추억과 기억이 없기에 감정이 생길 수 없다. 그러니 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왜 글쓰기에 생각과 감정이 필요할까? 저자에 따르면 "글을 읽는 행위 역시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글 읽기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잘 알고 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러기에 글에는 생각과 감정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AI에는 인간처럼 글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워너의 주장대로 AI는 사실 글을 작성할 수 없는 존재라면, 직장에서 작문 시 AI 사용이 늘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AI의 글쓰기 능력이 '제로'라고 강력한 주장을 펼친 워너마저도 저서에서 "글쓰기 관련 자동화 도구가 없었더라면 나는 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워너는 AI를 비롯한 자동화 도구의 도움으로 글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초안을 만들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가 말하는 자동화 도구의 순기능은 '확인하기'에 있다. MS워드를 사용하면 대략의 맞춤법을 자동적으로 수정하고 확인할 수 있듯, AI를 사용하면 주어진 주제와 관련된 기본적 정보를 빠르게 취합하고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할 점이 있다. 워너의 경고처럼, "LLM(대형언어모델)은 근본적으로 사실, 정확성, 진실성을 판단할 수 없다. 판단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행위는 환상에 불과하다."
AI의 기능이 환상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래도 결국에는 AI가 글 쓰는 사람들을 대체할 기술이라 여길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워너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저널리스트, 저자를 대체할 기술로서 AI가 진정으로 해결하는 문제가 무엇인가?" 열성적인 AI 지지자들은 AI는 인간이 하는 일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가 꼬집듯, '좋은 글의 기준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작성됐는지가 아니다.' 그러기에 워너는 저자로서의 본인 커리어를 걱정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AI는 단어와 문장을 조합해 문법이 정확한 글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관점을 가진 사람처럼 진정한 글쓰기는 못 한다. "진심을 담아 쓴 글을 요구하는 독자들이 있는 한 저자로서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워너의 말은 AI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없다.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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