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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못하게 막겠다”…‘직장내 괴롭힘’ 꼬리표 최인혁 복귀 반대 시위

  • 이가람
  • 기사입력:2025.05.19 15:11:50
  • 최종수정:2025.05.19 15: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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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동조합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네이버 노동조합]
네이버 노동조합이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네이버 노동조합]

네이버 노동조합이 과거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퇴사한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 사업부의 리더로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팻말 시위를 열었다.

19일 오세윤 전국화학화섬식품노동조합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에서 최 전 COO의 네이버로 돌아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이날 글로벌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헬스케어사업을 담당하는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출범시켰다. 초대 부문장으로 지난주 최 전 COO를 내정했다. 최 전 COO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오 지회장은 “네이버가 지난주 구성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라며 “동료가 죽음을 선택하도록 내몰았던 관리·감독 책임자 최 전 COO가 돌아온다는 소식으로,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전 COO의 복귀는 네이버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구성원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든 결정”이라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가 아무렇지 않게 복귀하는 것은 구성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동료의 죽음을 잊은 복귀 불허한다’, ‘죽음을 불러온 조직문화 책임자 거부한다’, ‘피해자는 떠났고 책임자는 돌아온다’, ‘최인혁 복귀 결사 반대’, ‘직장 내 괴롭힘 방관한 당신도 공범이다’ 등 문구가 적힌 팻말들 들고 로비에 섰다.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 = 네이버]
최인혁 전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 = 네이버]

최 전 COO는 지난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직원 A가 과다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면서 모욕적인 공격과 폭력적인 협박을 받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이다. 가해자로는 임원 B씨가 지목됐다. B씨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 다수의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러 우려를 산 인물이다. 당시 최 전 COO가 문제 발생 시 책임을 지겠다며 B씨의 입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도 최 전 COO가 내부의 문제 제기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비호했다고 지적했다. 최 전 COO는 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국회 국정감사,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후 모든 직위·직책을 내려놓고 떠났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도 취임사를 통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약속했다. 전문성을 지닌 인력으로 구성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전담조직을 이사회 아래에 신설하고, 인권 경영을 중심으로 네이버 구성원뿐 아니라 파트너와 이용자의 인권까지 챙겨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노조원은 “문제를 일으키고 나간 사람을 도로 데려와야 할 정도로 네이버 임원들이 무능력한 것이냐”며 “최 대표조차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됐는데 어떻게 시체 위에서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분노했다.

노조는 이번 주 내내 피케팅 시위를 이어간다. 또 최 전 COO 복귀 찬반 의사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온라인으로 실시한다. 노조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27일부터 집회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는 최 전 COO 복귀에 반발하는 노조의 공동성명에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사 간 대화 자리 마련 여부나 경영진 공식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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