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타이어 글로벌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광주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학 물질이 많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광주 2공장의 절반 이상이 불타면서 연간 12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광주공장은 '셧다운'에 들어섰다. 생산 재개 일정도 안갯속이다.
18일 소방당국과 업계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서쪽(2공장) 고무정련 공장동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화재 발생 시점은 전날인 17일 오전 7시쯤이다. 다음 날인 18일 오전 8시 기준 2공장 50~60%가 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련공정은 합성고무, 천연고무와 카본블랙 등 보강재를 비롯해 20여 개에 달하는 타이어 원료를 기계에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해 반죽하는 공정이다. 타이어의 핵심원료가 모두 모이는 공정인 만큼 축구장 1개 면적(약 7000㎡)에 해당하는 고무정련 공정동에는 고무만 약 20t이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제품이 대다수였기에 화재는 빠르게 번졌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는 화재 이튿날인 이날 오전 현장을 찾아 "대피해 계신 광주공장 인근 주민분들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진심으로 깊이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금호타이어는 국내외에서 연간 6300만개 타이어를 생산한다. 이 중 국내에 광주공장을 비롯해 곡성공장, 평택공장까지 3개 공장을 운영하면서 연간 2700만개를 생산한다. 특히 광주공장의 생산량은 하루 평균 3만3000개, 연간 1200만개 수준이다. 광주 1공장 쪽은 화재의 영향이 적지만, 2공장에 위치한 핵심 공정인 정련공정이 피해가 큰 만큼 당분간 광주공장 전체의 생산은 멈출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광주공장은 현대자동차, 기아 승용차 및 버스·트럭에 공급하는 신차용·교체용 타이어를 생산한다. 해외 완성차 OEM용 타이어와 수출물량 상당수도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진화율이 18일 들어 높아졌지만, 생산재개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 시 완진까지 58시간이 걸렸고, 생산 재개까지는 6개월여가 걸렸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곡성공장과 평택공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공장 모두 가동률이 100%에 가까워 추가 생산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호타이어로부터 공급받는 대부분의 국내 완성차 공장이 신차용 타이어 재고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당장 차량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기아 광주공장 관계자는 "타이어를 특정 업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수 업체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내부 재고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와 전기차인 캐스퍼EV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신차용 타이어를 곡성공장에서 전량 공급받고 있다. GGM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용 타이어 3000개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용 타이어의 경우 15인치와 17인치 각각 2000개씩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이틀 차에 접어든 18일 현재는 불이 잡히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기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진화율은 80%에 도달했다.
[박제완 기자 / 송민섭 기자 / 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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