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환경에 따라 속도 제한 탄력적으로”
헌재, 4월부터 전원재판부서 위헌 여부 판단 중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24시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속도 제한’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헌법재판소와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면서, 제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5월 9일 ‘스쿨존’의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2조에 따르면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일정 구간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 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률적으로 속도를 규제하며, 오전 8시~오후 8시 사이에 속도 제한 위반행위 등이 적발된 경우 일반도로보다 높은 금액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통행량과 사고 위험성, 도로의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통행 속도 제한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2022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리서치코리아가 전국 성인 4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에 찬성하기도 했다.
이에 어린이 또는 보행자의 통행량과 사고 위험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에는 자동차 등과 노면전차의 통행 속도를 달리 제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통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원활한 교통의 확보를 도모하자는 게 법안 발의의 취지다.
교통사고 통계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1461건 중 89%인 1307건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 보행자 교통사고는 전체 360건 중 358건(99%)이 이 시간대에 발생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에 지정된 어린이 보호구역은 1만6382개소다.

스쿨존 속도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등 11인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의 통행량이 적은 평일 야간·새벽, 토요일·일요일, 공휴일·대체공휴일 및 방학 기간에도 일률적으로 통행 속도를 제한하고 있어 불필요한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등 필요성에 비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다”며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지난 2월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등이 참석한 제422회 국회 제1차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검토됐지만 현재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헌재에서는 현행법의 위헌 여부를 살펴보는 중이다. 헌재는 4월 22일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9인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들여다보고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채다은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아이들의 통학이 없는 심야에도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예외 없이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어린이 보호구역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의 경우 대부분의 스쿨존 내 최대 속도는 시속 20마일(약 32㎞/h)로 제한되며, 속도 제한은 일반적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시간대(수업일 오전 7시∼오후 6시) 적용된다. 일본은 ‘스쿨존 시간제 교통 규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등하교 시간대(일반적으로 오전 7~8시, 오후 2~4시)에만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시간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승수 의원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스쿨존 속도 제한은 필요하지만, 어린이 통행량이 없는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도 제한 속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시간대와 도로 사정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속도 제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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