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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웃은 버거…닮은 듯 다른 경영 전략 [맞수맞짱]

패스트푸드 | 롯데리아 vs 맘스터치

  • 나건웅
  • 기사입력:2025.05.16 12:59:15
  • 최종수정:2025.05.16 12: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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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 | 롯데리아 vs 맘스터치

불황과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혔다. 경기에 민감한 외식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예외도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한 끼를 뚝딱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시장이 그렇다. 주요 햄버거 브랜드는 지난해 너 나 할 것 없이 호실적을 거두는 중이다. 치킨·피자 등 지지부진한 여타 업계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특히 토종 브랜드가 힘을 낸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는 팬데믹 기간 맞이했던 대위기를 완전히 떨쳐낸 모습이다. 롯데리아 운영사 롯데GRS는 팬데믹 대비 매출을 2배 가까이 키웠고 맘스터치는 영업이익을 2배 늘리며 이익률 17%에 달하는 알짜 기업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불황 수혜주’로 치부하기 어렵다. 양 사 모두 그간 사업 모델과 매장을 새로 정비하고 트렌디한 신메뉴를 대거 내놓는 등 노력이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모두 트렌디한 신메뉴 개발로 호평받는다. 지난해 대흥행한 ‘흑백요리사’ 우승자·준우승자와 각각 협업해 발 빠르게 신메뉴를 선보였다. 왼쪽은 롯데리아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오른쪽은 맘스터치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 (각 사 제공)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모두 트렌디한 신메뉴 개발로 호평받는다. 지난해 대흥행한 ‘흑백요리사’ 우승자·준우승자와 각각 협업해 발 빠르게 신메뉴를 선보였다. 왼쪽은 롯데리아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 오른쪽은 맘스터치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 (각 사 제공)

코로나 후유증 끝낸 롯데·맘터

매출은 롯데, 이익은 맘터 ‘우위’

최근 발표한 지난해 양 사 실적에서 쉽게 답이 나온다. 지난해 롯데GRS 매출은 973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GRS는 롯데리아를 비롯해 엔제리너스 등 여러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롯데리아 별도 매출은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흔히 전체 70%가 롯데리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산해보면 롯데리아 지난해 매출은 7000억원 수준이다. 2021년 약 4700억원에서 3년 만에 45%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도 오름세다. 2021년 영업손실 223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 지난해에는 3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75% 가까이 오른 액수다.

맘스터치 성장세도 눈에 띈다. 2021년 3011억원이었던 매출은 매년 우상향 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704억원)은 모든 햄버거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크다. 롯데GRS는 물론 버거킹 운영사 BKR(384억원), KFC코리아(164억원), 한국맥도날드(117억원)를 모두 제쳤다.

사진설명

닮은 꼴: 톡톡 튀는 신메뉴 개발

흑백요리사와 재빠른 협업 ‘홈런’

양 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점이 여럿이다.

‘트렌디한 신메뉴 개발’이 첫손에 꼽힌다. 롯데리아는 최근 들어 고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메뉴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왕돈까스버거’와 5월 내놓은 ‘오징어얼라이브버거’가 대표적이다. 왕돈까스버거는 햄버거 빵 둘레를 한참 초과하는 거대한 돈까스 패티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

개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흥행을 이끌었다. 오징어 다리 튀김을 통으로 욱여넣은 ‘오징어얼라이브버거’ 역시 목표 판매량 300%를 웃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내놓은 신메뉴도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흑백요리사’ 우승자 권성준 셰프와 협업으로 만든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다. 모짜렐라치즈 패티를 베어 물면 쭉 늘어나는 치즈로 맛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맘스터치도 트렌드를 재빨리 좇았다. 흑백요리사 준우승자 에드워드 리 셰프와 컬래버 제품을 올해 초 선보이며 롯데리아에 맞불을 놨다. ‘에드워드 리 셰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버거 2종과 치킨 1종을 내놨다. 특히 ‘에드워드 리 빅싸이순살’은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넘어서며 역대 치킨 신메뉴 최단기 최다 판매 기록을 다시 썼다.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해 있는 롯데리아는 지난해 몽골 매장을 늘리며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수익성 높은 직영점 매장 운영을 늘려간 덕에 베트남 롯데리아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일본에 해외 첫 직영점을 오픈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일본 도쿄 1호 직영점 ‘시부야 맘스터치’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통틀어서도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최근 1주년을 맞이한 시부야 맘스터치는 누적 방문객 70만명, 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현지 1위 버거 사업자인 일본 맥도날드 평균 매출액 2배에 달한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K푸드 불모지로 꼽히는 일본에서 거둔 성과라 더 만족스럽다. 올해 초 일본 현지 기업과 첫 법인 가맹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올해 상반기에 직영 2호점인 ‘하라주쿠 맘스터치’를 오픈하는 등 추가 출점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꼴: 롯데 ‘효율’, 맘터는 ‘확장’

매장 수 1위는 맘터…롯데는 ‘리뉴얼’

신메뉴 개발과 해외 진출 전략은 비슷하지만, 국내에서는 점포 운영 방향이 다소 갈린다.

롯데리아는 ‘점포 효율’에 초점을 맞췄다. 롯데리아는 사업 시작 후 41년 동안 적수가 없는 국내 매장 수 1위 브랜드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분기점이 됐다. 2021년 맘스터치에 처음 역전당한 이후 2025년 현재까지도 맘스터치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맘스터치와 매장 수 차이는 어느덧 200여개까지 벌어졌다.

역전에 이유가 있다. 팬데믹 기간 적자전환한 롯데리아는 외형 확대를 멈추고 매출 우수점을 중심으로 매장 정리와 리뉴얼에 나서기 시작했다. 기존 고매출 매장을 새 단장해 고객 유입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지난해에도 서울시 주요 상권 내 점포 7개와 강원 상권 1개를 리뉴얼했다. 브랜드 간 시너지도 꾀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2월 리뉴얼한 구로디지털역점은 기존 롯데리아 매장에 크리스피크림도넛을 한 곳에 배치한 복합매장 형태로 새 단장 후 매출과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다.

체질 개선 효과는 확실했다. 4년 만에 100개 가까운 매장이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함께 늘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노후 상권 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기존 우수점 리뉴얼과 신흥 상권 입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2년 만에 새로 만든 슬로건 ‘테이스트 더 펀’에 기반해 조명과 매장 컬러를 밝게 바꿨고 인테리어도 개방감을 한층 느낄 수 있도록 고쳤다”고 설명했다.

롯데리아와 달리 맘스터치는 그야말로 ‘공격 앞으로’다. 매장 수 1위에 올라선 후에도 꾸준히 점포 확장에 나서는 중이다. 올해 3월 기준 매장 수는 1459개로 4년 전 대비 100개 이상 늘었다. 롯데리아는 물론 맥도날드(약 400개), 버거킹(약 485개), KFC(약 200개)와도 격차가 상당하다. 매장만 늘린 게 아니다. 버거뿐 아니라 치킨·피자까지 3대 인기 메뉴를 모두 취급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 패티에서 착안해 2021년 ‘싸이순살’ 치킨을 선보였고 2023년에는 ‘맘스피자’라는 숍인숍 브랜드를 새로 내놨다.

메뉴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덩달아 올랐다. 점심 시간에 주문이 몰리는 햄버거와 달리, 치킨과 피자는 저녁 시간 주문이 많다. 추가 고정비 없이 유휴 시간 매출이 늘어나면서 점포당 수익이 개선됐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단독 매출이 사상 첫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치킨 매출 비중이 2023년 11.7%에서 최근에는 23%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피자 숍인숍 매장도 1년 만에 150개까지 늘어나는 등 점주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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