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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싸질줄 알았는데 아니네”…관세에도 美 판매가격 유지하는 현대차

美 신차 평균 2.5% 오를 때 현대차그룹 1.2% 가격 하락 중저가·소형차 판매 늘어 경쟁사 대비 탄탄한 재고일수로 판매 인센티브도 유지한 듯 각 완성차 가격동결 기한 5월 6월부터 ‘가격버티기’승부 날 듯

  • 박제완
  • 기사입력:2025.05.14 23:02:35
  • 최종수정:2025.05.14 23: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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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차 평균 2.5% 오를 때
현대차그룹 1.2% 가격 하락
중저가·소형차 판매 늘어
경쟁사 대비 탄탄한 재고일수로
판매 인센티브도 유지한 듯
각 완성차 가격동결 기한 5월
6월부터 ‘가격버티기’승부 날 듯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아이오닉9.현대자동차

미국 정부의 자동차 품목별 관세 적용 이후인 4월 미국 신차 평균 거래가격(ATP)이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 가격 동결을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판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단은 가격 경쟁력 유지에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미국 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가 발간한 캘리 블루북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4월 ATP는 3만7674달러(약 5337만원)로 전달 대비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차량만 판매하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두 회사를 제외하고 대중적인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 중 ATP가 하락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4월 미국 시장 ATP의 전달 대비 증가율은 2.5%로 작년 4월 전월 대비 증가율(1.1%)의 두 배 이상이다. 이 수치는 2020년 4월 팬데믹으로 상당수 완성차 공장이 셧다운됐을 당시 기록된 2.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그룹과 비슷한 3만달러대 가격으로 경쟁하는 혼다, 마쓰다, 스바루 등 일본 업체의 가격 상승폭은 각각 0.4%, 1.1%, 1.8%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에서 닛산과 미쓰비시 등 일본 브랜드 차량만 판매하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가격 상승폭은 5.1%로 타타자동차를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미국 자국 브랜드들인 포드와 GM은 각각 1.1%, 3% 가격이 올랐다.

근소한 차이지만 현대차그룹이 경쟁 업체들에 비해 가격 상승을 방어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 차량 판매 증가와 미국 판매 인센티브 유지 등이 꼽힌다.

현대차 미국 법인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차종 중 고가 차량인 팰리세이드, 싼타페의 4월 판매량은 3월 대비 각각 11%, 9% 감소했다. 반면 저가 차량인 코나, 쏘나타는 각각 12%, 5% 증가했다. 관세 상승분 소비자 전가에 대비해 특히 고가 차량의 수요가 3월에 이미 소화되면서 4월에는 상대적으로 저가 차량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탄탄한 재고일수를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유지한 것 역시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에서 차량 판매 딜러들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4월 ATP 대비 6.7%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수치(7%)에서 하락한 것으로 2024년 여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딜러사에서 할인 혜택을 줄이며 신차 평균 판매 가격 변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판매 인센티브를 계속 유지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는 가격 상승 방어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재고일수 측면에서 타사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대차의 미국 시장 재고일수는 94일로 도요타(32일) 등 경쟁사 대비 유리하다.

한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차종들이 하나둘씩 추가되고 있다는 점 역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차종 중 7500달러에 해당하는 세제 혜택을 받는 차종은 올해 초 기아 EV6, EV9 등 일부 차종에 그쳤다. 하지만 대상이 점점 확대되면서 현재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9과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이 추가된 상태다.

현재 미국 자국 브랜드가 아닌데 IRA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는 브랜드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세제 혜택 대상인 어큐라 ZDX와 혼다 프롤로그 등은 모두 GM과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종이다.

한편 5월 말로 접어들면서 각 브랜드의 ‘가격 버티기’도 점차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초 자동차 관세 발표 시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가격 동결 기한을 5월 말로 밝힌 바 있다. 포드자동차는 최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량 3종(머스탱 마하 E, 매버릭 픽업트럭, 브롱코 스포츠)의 가격을 2.5%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미국 내 인기 차종이다. 현대차는 6월 2일까지 미국 차량 판매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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