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공군 전투기 무단 촬영 대만인 구속 … 간첩법 개정은 언제

중국·대만 국적자 출입 금지한 에어쇼에 몰래 입장 “중국 말 쓰며 사진 찍고 다녀” … 시민 신고로 체포 현행법상 ‘간첩죄는 북한 한정’…법 사각지대 우려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5.14 16:21:41
  • 최종수정:2025.05.14 16:21:4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중국·대만 국적자 출입 금지한 에어쇼에 몰래 입장
“중국 말 쓰며 사진 찍고 다녀” … 시민 신고로 체포
현행법상 ‘간첩죄는 북한 한정’…법 사각지대 우려
오산에어파워데이 2025. (사진=연합뉴스)
오산에어파워데이 2025. (사진=연합뉴스)

주한 미 공군기지 내에서 열린 에어쇼 행사장에 들어가 전투기를 무단 촬영한 대만인들이 구속됐다. 반복되는 외국인의 군사시설 촬영에도 간첩죄 적용은 여전히 ‘북한’에만 적용되는 현행법 한계가 드러나며 간첩죄 적용 범위를 넓히는 형법 개정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3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김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만 국적의 60대 A씨와 40대 B씨 등 2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모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모두 소명됐으며 외국인으로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10일 오전 9시께 평택시 소재 주한미군 오산기지(K-55)에서 열린 ‘2025 오산 에어쇼’에서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 등을 이용해 미 공군 시설과 장비를 불법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행사에선 미군 측 요청으로 중국과 대만 국적자 출입이 제한됐으나 이들은 한국인 틈에 끼어 에어쇼 행사장 안으로 몰래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말과 비슷한 말을 쓰는 수상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다닌다’는 시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소지한 카메라에서 발견한 다량의 사진을 분석하고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군사보안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외국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버지가 중국 공안으로 알려진 중국인 10대 등 2명이 경기 수원 공군 기지와 오산 미 공군 기지 전투기 이착륙 장면을 몰래 촬영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풀려난 지 이틀 만에 또 군부대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최근에는 중국군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현역병을 포섭해 군 내부 사진과 관련 정보를 1년여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국가 안보 최후 보루인 군 기지가 위협받고 있으나 이들 사건 대부분은 간첩법이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만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법상 간첩 혐의는 오직 ‘적국’인 북한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간첩죄는 7년 이상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지만, 군사기밀 누설 혐의는 10년 이하 징역 등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

적국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현행 형법 제98조는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하지만 현대 간첩 활동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광범위해졌고, 주요 선진국은 이미 간첩죄 적용 대상을 우방국도 가리지 않고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시켰지만, 민주당 지도부 반대로 전체회의 상정이 무산됐다. 이후 12·3 계엄 사태 여파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