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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와 트럼프 가문의 ‘USD1’간 연결고리, 우연일까?[엠블록레터]

  • 전성아
  • 기사입력:2025.05.14 15:02:09
  • 최종수정:2025.05.14 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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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블록레터] 여러분은 가상자산하면 떠오르는 유명 인사가 있으신가요? 도널드 트럼프, 비탈릭 부테린, 일론 머스크 등 수많은 이름이 스쳐 가지만 ‘가상자산 업계 구루가 누구일까?’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자오창펑 바이낸스 설립자인 것 같아요. 지난해 자금세탁 혐의로 바이낸스 경영에 물러났지만 말이에요. 이런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적인 사면을 요청해 바이낸스 복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바이낸스US가 트럼프랑 은밀한 거래를 하는거 아니야?’라는 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요.

이 소문,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미국 상원 의원들 중 다수가 바이낸스와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며 재무부와 법무부에 이들의 관계 조사를 요청했거든요. 도대체 자오창펑의 사면 요청이 트럼프 일가와 무슨 관계일까요? 오늘 엠블록 레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웹3 사업, 그리고 바이낸스의 관계성을 살펴보아요.

바이낸스-트럼프 유착관계 의혹 중심에 서있는 스테이블 코인 ‘US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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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트럼프 일가의 유착 관계 의혹은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웹3 사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달러 패권 체제를 유지하는 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는데요, 이러한 야심 속에 WLFI는 지난 4월 11일 ‘USD1’이라는 이름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어요.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1개가 법정화폐 혹은 금 등과 1:1로 연동되어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자산을 의미해요.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가격이 연동되어 있는데요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국제 송금에 두각을 나타내요. 단 2-3분이면 송금이 완료되어 은행보다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심지어 수수료도 더 적거든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달러로 고정되어 변동성이 적은데다가 거래소에서 쉽게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고요. 심지어 신흥국에서는 화폐가격 하락을 대비하는 투자 방법(=인플레이션 헤지)으로,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는 은행 계좌를 대체하기도 하죠.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다른 가상자산을 투자하기 위한 기축통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고요.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각광받고 있어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입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매력적인 캐시카우예요. 고객이 담보한 예치금을 운용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입출금 및 계정 인증 수수료 등을 챙길 수 있죠. 일부 발행사는 기관 대출 서비스로 이자를 받기도 하고요.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2373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간 1332억 달러에서 2배 가까이 폭풍 성장했는데요.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USDT)는 지난해에만 약 19조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정말 군침도는 시장이죠? 그래서 페이팔, JP모건, 리플 등 글로벌 기업과 은행은 잇따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고 있어요. 얼마 전 메타 또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논의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고요. 이에 놓칠세라 트럼프 일가 또한 스테이블코인 ‘USD1’이 표준이 되는 것을 꿈꾸며 두손 두발을 걷어붙이고 이 시장에 뛰어든거예요.

13일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의 USD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기준 순위 중 ‘USD1’이 7위에 랭크되었다 <출처: 코인게코>
13일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코인게코의 USD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기준 순위 중 ‘USD1’이 7위에 랭크되었다 <출처: 코인게코>

현직 미국 대통령의 위력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요? USD1은 트럼프 일가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영향력에 힘입어 출시 두 달 만에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7위 규모로 성장했어요. 13일 코인게코 기준 약 21억 3091만 달러로 한화 약 3조원에 달하는데요, 동기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 순위에서는 60위를 기록했어요. 페이팔의 PYUSD, 리플의 RLUSD 보다 높은 순위인데요, 새삼 트럼프의 이름값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바이낸스, USD1의 날개를 펼쳐줘요!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공식 홈페이지에는 트럼프 대통령, 장남, 차남 등의 역할이 기재되어 있는데요. WLFI는 주로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 트럼프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출처: 월드리버티파이낸셜 공식 홈페이지>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 공식 홈페이지에는 트럼프 대통령, 장남, 차남 등의 역할이 기재되어 있는데요. WLFI는 주로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 트럼프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요. <출처: 월드리버티파이낸셜 공식 홈페이지>

얼마 전 두바이에서 개최된 ‘토큰2049’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USD1에 대한 깜짝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서 바이낸스가 등장합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투자회사 MGX가 바이낸스 지분 투자를 할 때 USD1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이죠. 투자 유치 금액은 무려 20억 달러(약 2조 9천억 원). 바이낸스 기관 투자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래요. 이 거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WLFI와 바이낸스간의 공식적인 연결고리가 생긴 셈이죠.

지난 3월 13일 자오창펑과 트럼프 일가의 연결고리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에 정면 반박하는 자오창펑 <출처: 자오창펑 X>
지난 3월 13일 자오창펑과 트럼프 일가의 연결고리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에 정면 반박하는 자오창펑 <출처: 자오창펑 X>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낸스가 비공식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은 이미 자자했어요. 지난 3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일가가 사면을 대가로 자오창펑 바이낸스 설립자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논의에 WLFI와의 협업 또한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거든요. 블룸버그 또한 WLFI가 바이낸스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공동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을 전했죠.

이 두 보도에 자오창펑은 X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가상자산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모든 의혹을 반박했는데요. 특히 블룸버그가 과거 그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트려 공개 사과를 했던 내용을 언급하며 신뢰도가 낮은 보도라는 주장을 뒷받침했어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두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의 상당수가 맞아떨어지고 있어요. USD1은 바이낸스의 메인넷 BNB를 기반으로 발행되었고, 바이낸스가 MGX에게 투자받을 때 USD1이 공식 투자 결제 수단으로 채택되었고, 자오창펑은 얼마 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으로 사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거든요.

자오창펑은 유죄 인정 조건 계약에 따라 3년간 바이낸스 경영에 참여할 수 있어요. 하지만 대통령 사면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미국 헌법 제2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의 사면시 형 집행이 면제되거나 유죄 기록을 취소할 수 있거든요. 만약 그가 사면된다면 경영 복귀가 가능해져 바이낸스US의 사업 정상화에 청신호가 되겠죠?

트럼프 일가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만약 자오창펑이 경영 일선에 복귀해 USD1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상장시키고 밀어준다면, 신생 스테이블코인인 WLFI의 입지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워요. 이에 따라 트럼프 일가의 주머니는 기하급수적으로 두둑해질테고요.

트럼프의 웹3 제국 건설, 민주당에 의해 저지될까?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 모인 상하원 의원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절 <출처: 연합뉴스>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 모인 상하원 의원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절 <출처: 연합뉴스>

밈 코인 발행, NFT 판매에 이어 스테이블 코인 발행까지. 수많은 이해 상충 논란에도 꿋꿋하게 웹3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일가에게 뿔난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그가 설계한 웹3 제국을 하나하나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8일 미국의 지급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액트(GENIUS Act of 2025)’를 이용자 보호 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결시켰거든요. 이 법안은 허가된 기관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 할수 있도록 제안하고 연방 및 주 규제 기관이 감독 및 긴급 상황 발생 시 연준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때문에 미국 역외에서 발행되는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힘을 잃게 해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USDT의 독주를 견제하고 트럼프 일가가 발행한 USD1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었어요. 지니어스액트는 공동 발의자 중 하나였던 안젤라 알소브룩스 상원의원도 반대표를 던지며 기존 지지층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향후 지니어스액트의 진전 여부는 두 당의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상원 의원들의 다음 목표는 트럼프 일가와 바이낸스의 유착관계 의혹으로 이동했어요. 법무부와 재무부에 올해 3월 MXG가 WLFI의 USD1을 통해 20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규정 준수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낸스간 유착 가능성 조사를 요청했어요. 오는 21일 이전까지 바이낸스의 유죄 인정 후 감형, 바이낸스의 미국 시장 철수 일정, 자오창펑에 대한 사면 논의 여부 등을 답변 요구하고 있죠.

트럼프 일가의 웹3 제국 만들기는 여러 논란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민주당 상원의원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크립토 제국이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죠. USD1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일가의 사업은 이제 정치권의 정면 타깃이 되었는데요, 모쪼록 법무부와 재무부의 공명정대한 조사가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주길 바랍니다.

전성아 엠블록 연구원(jeon.seonga@m-block.io),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yykim@m-block.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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