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해피머니 문화상품권 지급불능 사태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논란이 상품권 업계를 덮쳤다. 대상은 ㈜문화상품권이 발행하는 온라인 문화상품권이다. 선불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퍼지면서 결제가 곳곳에서 막히고 있다.
정부당국은 ㈜문화상품권 업체가 ‘선불업 등록 대상’이라고 판단해 지난 3월 18일까지 등록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는 정부가 지정한 날짜까지 선불업 등록을 하지 않았다. 미등록 후 계속해서 상품권을 발행하며 온라인 문화상품권 영업을 지속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문화상품권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상품권이 발행하는 문화상품권을 거부하는 곳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선불업 등록을 진행하지 않으면, 선불충전금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머지포인트, 해피머니 사태 등을 겪은 결제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일제히 결제 중단을 선언했다. 갑자기 사용처가 급감하자 소비자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문화상품권 상태 어떻길래
갑자기 줄줄이 거래 중지됐나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문화상품권이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이들이 판매하는 문화상품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문화상품권이 발행하는 상품권은 호랑이 그림으로 유명한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의 후신이다. 대다수 소비자가 ‘문화상품권’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상품권이다. ㈜문화상품권은 컬쳐랜드 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과 2022년까지 제휴 관계였다. ㈜문화상품권 측이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의 지류·온라인 문화상품권을 발행해왔다. 이후 제휴가 끝나면서 두 회사는 갈라섰다. ㈜한국문화진흥은 모바일 상품권을, ㈜문화상품권은 지류와 온라인 상품권 사업을 가져갔다.
이번에 문제가 터진 곳은 두 회사 중 ㈜문화상품권이다. 머지포인트나 티메프 사태 때와 같이 당장 부실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논란의 시작은 ‘선불업자 등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는 3월 20일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회사인 ㈜문화상품권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선불업)’ 등록 대상임에도 등록하지 않은 채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이란 고객이 금액을 미리 충전한 뒤 결제에 사용하는 상품권이나 포인트 등의 서비스를 뜻한다. 이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업체는 전자금융거래에 따라 금융당국에 선불업 등록을 해야 한다. 법에 따라 선불업 등록 업체는 충전 금액을 100% 별도로 관리해야 하고, 선불충전금을 직접 운용할 수 없다. 또한 선불충전금 전액이 이용자 재산으로 보호된다.
즉, 선불업자로 등록을 하면 소비자가 낸 돈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러나 ㈜문화상품권은 선불업 등록을 진행하지 않았다. 현재 선불충전금 보호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업체가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하게 돼도 소비자가 상품권을 환불받지 못할 수 있는 것.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판매하는 ㈜한국문화진흥은 이미 2021년 10월 선불업 등록을 마쳤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문화상품권이 발행한 상품권 사용이 줄줄이 막히기 시작했다. 네이버페이, NHN페이코, SSG MONEY 등 결제 업체들이 일제히 제휴를 종료했고, 카카오는 교환권 공급사에 문화상품권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G마켓, 롯데멤버스, 등 주요 사용처도 결제 서비스를 종료했다. 예스24는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용을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허용하기도 했다. 사용처가 급격히 감소하자 이용자들은 당황하는 모양새다. 한 소비자는 “3월 들어 (상품권을) 쓸 수 있는 곳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아직 사용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커뮤니티 등에서 많은 사람과 공유 중이다. 가능할 때 빨리 쓰라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불업 등록이 관건인데…
결국 정부의 의심 풀어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머지포인트, 해피머니 사태처럼 ‘대란’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결제 대행 업체를 제외하면, 아직 쓸 수 있는 사용처가 꽤 남아 있다.
㈜문화상품권 측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금감원 수사 의뢰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문화상품권 측은 “온라인 문화상품권이 전금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당국과 시각 차이가 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전자금융거래법상 등록 의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등록 대상임에도 등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두고, 법원으로부터 등록 의무 대상 업체가 맞는지 확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선불지급 사업자인 이노바일㈜과 MOU를 맺었다. 이노바일㈜은 문화상품권의 온라인 문화상품권 운영을 위탁받는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이로써 온라인 문화상품권의 경우 소비자 보호가 가능해진 상태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근본적인 원인인 ㈜문화상품권의 부실한 재무구조라는 ‘폭탄’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이노바일㈜과 협약은 임시방편이다. 100%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다.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문화상품권이 선불 업체로 직접 등록, 금융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선불업자 등록을 위해선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필수인데, ㈜문화상품권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 특히 자본금이 너무 적다. ㈜문화상품권은 2023년 결손금이 발생,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까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였다. 2024년 순이익을 내며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자본총계가 6억원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재무 상태가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없다. 부채비율은 약 2만%에 달한다. 통상 상품권업 특성상 유동부채인 상품권 미수금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큰 것을 고려하더라도 월등히 높다. 동종 업계 한국문화진흥의 경우 부채비율이 217%에 그친다.
소비자 보호 가능 여부도 확실치 않다. 만약 ㈜문화상품권이 부도 처리된다면, 피해 보장이 힘들다. 문화상품권은 1031억원 상당이 판매됐지만, 회사는 24억원 수준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보험에만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제액 대비 보상 준비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 소비자 보호가 사실상 힘든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과거 머지포인트, 티메프 사태처럼 대규모 지급불능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하다. 문제가 없음을 ㈜문화상품권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최대한 구현, 당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4호 (2025.04.09~2025.04.1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