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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가 K방산 경쟁력 높여 … 비궁·K9자주포 美서 통했다

北 공기부양정 킬러 '비궁'
무기시장 끝판왕 美진출 앞둬
발사 속도·가성비 최고 평가
北 "서울 불바다" 위협 이후
K9자주포·천무다연장포 개발
북핵대응 천궁Ⅱ 중동서 인기

  • 안두원
  • 기사입력:2025.01.16 17:50:05
  • 최종수정:2025-01-16 23: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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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K방산에도 적용된다. 북한과 70여 년간 대치하고 있는 현실은 힘들지만, 돌이켜보면 이는 한국의 무기 개발과 생산능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토양이 됐다. 여기서 태어난 것이 '실전에서 검증된' 고품질 무기다.

비궁 미사일은 북한 공기부양정 킬러로 개발했는데, 무기 시장의 끝판왕인 미국에 정밀유도무기를 처음 수출하는 쾌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3일 LIG넥스원 R&D센터에서 만난 이종한 정밀유도무기(PGM)체계 종합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2000년 예멘에서 구축함이 자살보트 공격을 받은 뒤 이런 종류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무기를 같이 개발하자고 우리에게 제안했다"면서 "당시 우리도 북한의 공기부양정 위협이 컸기 때문에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군이 예산 감축으로 공동 개발에서 발을 뺐고 이후 한국 단독 개발로 바뀌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기습 공격 위협을 받던 한국이 더 절박했기 때문이다. 개발에 성공한 비궁 미사일은 서해5도에 배치된 해병대 부대에서 2016년부터 운용 중이다.

비궁 미사일에 아쉬움이 남아 있던 미국은 지난해 자국에 없는 무기를 수입하는 절차인 해외비교시험(Foreign Comparative Test·FCT)을 통해 비궁의 성능을 검증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FCT에서 사상 처음으로 위성(스타링크)을 통해 연결하기도 했고,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골칫거리인 자살공격용 보트와 마약운반용 보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파도가 2.5m 이상 높이 치는 날씨에도 테스트를 받았다"면서 "표적으로 사용할 함정을 모선에서 바다로 내보내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비궁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발사 후 망각(Fire&Forget)' 방식이다. 북한이 서해5도를 점령하기 위해 특수작전부대원을 태운 공기부양정 수십 대를 한꺼번에 접근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면 비궁 미사일로 파괴한다. 짧은 시간에 수십 대를 상대하려면 빨리 쏘고 다음 목표물을 조준해야 하기 때문에 '발사 후 망각' 방식으로 개발됐다.

임윤빈 LIG넥스원 해외사업연구소 유도무기개발단 발사체계2팀장은 "탐색용 카메라에 포착된 이미지에서 목표물을 스스로 식별해 그쪽으로 마지막까지 날아간다"며 "이런 기능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것이 비궁 미사일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비궁의 두 번째 특징은 '가성비'다. 해군 함정은 한 척에 수백억~수천억 원 정도지만, 작은 보트 혹은 공기부양정 가격은 수백만 원, 기껏해야 수천만 원이다. 대함 미사일은 한 발에 수십억 원 정도 하는데 목표물이 수천억 원짜리 군함이라면 비용 대비 효과가 있지만, 테러리스트 혹은 해적의 보트를 격침하려고 쏜다면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쓴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작은 보트들이 떼 지어 몰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방어하는 쪽은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우려가 있다. 반면 비궁은 수십 발을 쏘아도 대함미사일 한 발을 쏘는 비용이다.

북한이 의도치 않게 K방산의 성공을 가져다준 대표적 사례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포'다. 1994년 터져나온 '서울 불바다' 발언. 이를 계기로 북한이 비무장지대 인근에 집중 배치한 170㎜ 장사정포와 240㎜ 방사포를 격파하기 위한 방어 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방종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력개발센터장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포는 1990년대 집중적으로 개발됐다"면서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에 우리도 포를 발사해 무력화시키는 대화력전의 주요 무기체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K9의 특징은 짧은 시간 내에 여러 발을 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원상 초탄 3발을 15초 내에 발사할 수 있다. 휴전선 일대에서 북한과 포격전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생존성을 높이기 위한 성능이었다.

K9 자주포는 독일이 생산하는 값비싼 PzH2000 자주포를 제외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가성비, 정확한 납기 등으로 이미 9개국에 수출됐다. 미 육군도 자국산 M109 팔라딘 자주포를 대체할 '자주포 현대화' 사업의 후보군에 K9 자주포를 포함시켰다.

이 밖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Ⅱ 방공미사일도 그 성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중동 지역 3개국에 수출됐다.

지난해 11월 29일 개발에 성공해 공개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도 '한국판 사드'로 불리며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는 L-SAM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방어 범위가 최대 4배 늘어난 L-SAMⅡ 개발에 착수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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