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부담에 3연속 인하 못한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미국과 금리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이날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동결 배경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위험)확대로 성장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경제 전망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잇따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경기와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치면서 내수 위축 우려는 더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0∼17일 한은 조사 결과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보다 12.3p 급락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하락 폭이고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기·성장 우려에도 금통위가 이날 3연속 인하를 피한 것에는 원/달러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계기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11월 중순 1410원 선을 넘었고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오름폭이 커져 연말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초에도 1450~1470원대를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진다면, 달러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환율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올해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이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은만 먼저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양국의 금리차가 벌어져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기준금리를 동결한 직후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게 당연하다”면서도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통위는 추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내 정치 상황,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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