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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간다던 비트코인, 양자컴퓨터 나오면 진짜 0원 될까

  • 박수호
  • 기사입력:2025.01.11 21:32:21
  • 최종수정:2025.01.11 2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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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3억 간다’는 기사가 뜨자 관련 댓글창이 뜨겁게 달궈졌다. 비트코인 상승·하락 예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가 하면 양자컴퓨터 등장 관련해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특히 ‘양자 컴퓨터 쏟아지면 비트코인은 0원’, ‘양자컴퓨터 나오면 블록체인 해킹 가능하다던데 양자컴퓨터용 코인이 나올지 궁금하군’, ‘양자컴퓨터 나온 순간 비트코인은 나락’ 등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와는 상극(相剋)이란 시각이 꽤 많았다.

과연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의 저승사자일까?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에 쓰이는 극저온 냉각기(구글 퀀텀 AI 제공)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에 쓰이는 극저온 냉각기(구글 퀀텀 AI 제공)

양자컴퓨터 = 암호화폐 저격수?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위협적이란 근거는 뭘까. 논의 전에 양자컴퓨터가 뭔지부터 알아보자.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한 컴퓨터로, 기존의 전통적인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고전 컴퓨터는 비트라는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는 0 또는 1의 값만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antum bit)를 사용한다. 큐비트는 동시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능력이 기존 컴퓨터를 압도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특장점이면서 잠재적 위험성은 주로 암호화와 관련이 있다. 현재 암호화폐는 대부분 공개키 암호화(Public-key Cryptography) 방식을 사용, 트랜잭션의 서명을 보호하고, 거래의 무결성을 확보한다. 대표적인 알고리즘으로는 RSA(공개키 암호화 방식)와 ECDSA(타원 곡선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 등이 있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을 통해 이러한 공개키 암호화를 매우 효율적으로 해독할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서명을 통해 트랜잭션(거래기록·처리내역)을 인증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서명된 트랜잭션을 빠르게 분석하고 풀어낼 수 있기 때문에, 트랜잭션의 위조와 이중 지불(double-spending, 동일한 암호화폐를 두 번 이상 사용하는 행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로 인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무결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보안은 타원곡선 암호화를 통해 디지털 서명을 보호하는 방식인데, 양자컴퓨터가 이를 풀 수 있다면, 거래 기록을 위조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지갑에서 비트코인을 빼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보안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양자컴퓨터 위협 과장됐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의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시점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설령 등장했다 하더라도 암호화폐 생태계 역시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시기상조’란 논리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양자컴퓨터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있으며 상용화까지는 수십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젠슨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최근 CES 기조연설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양자컴퓨터의 오류율이 여전히 높은 상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양자 오류 수정(Quantum Error Correction) 기술도 아직 완전하게 구현되지 않았다.

젠슨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최근 CES 기조연설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로이터=연합뉴스)
젠슨황 엔비디아 창업자는 최근 CES 기조연설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로이터=연합뉴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공개키 암호화 방식에 대한 위협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점은 아직 멀고 이에 대응하는 양자 내성 암호화(Quantum-resistant Cryptography) 기술도 이미 개발 중”이라며 “양자컴퓨터가 나온다고 해도, 기존의 암호화 시스템을 한 번에 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자 내성 암호화 기술이란 양자컴퓨터가 처리할 수 없는 수학적 문제를 기반으로 만들어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더라도 기존의 암호화 방식이 무력화되는 일이 없도록 설계된 단계적 절차·규칙을 뜻한다.

장현국 액션스퀘어 공동대표는 “양자컴퓨터가 나오기 전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암호화 알고리즘이 개발될 것이 확실하므로, 암호화폐가 뚫릴 가능성은 없다”며 “만약 암호 해독이 만연해진다면 이는 암호화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보안시스템이 다 뚫리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개방형’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양자컴퓨터 위협론’을 반박하는 논리 중 하나다.

이장우 한양대 겸임교수(업루트컴퍼니 대표)는 “양자컴퓨터가 충분히 발전해 비트코인의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합의를 통해 양자저항성을 가진 암호 체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오픈소스 기반으로 작동하며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내에서 합의를 통해 기술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암호화폐는 그동안 여러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해 왔다”며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기술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비트코인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매경DB)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비트코인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매경DB)

양자컴 테마는 유효?

다만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속되면서 블록체인 업계를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 가격 등락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

안태현 로드스타트 대표는 “가상자산 가격은 수급뿐 아니라 투자심리도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양자 컴퓨터 발전, 성과가 부각될 때마다 가격 변동성이 계속 커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잠깐용어> 쇼어 알고리즘

양자컴퓨터가 큰 수를 효율적으로 소인수 분해할 수 있게 해주는 알고리즘. 현재의 암호화 방식을 깨뜨릴 잠재력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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