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 세계1위간 숨막히는 명승부,
하이런20점 나오며 경기분위기 ‘팽팽’
근래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당구 경기가 있었던가.
지난 15일 조명우 대(對) 야스퍼스의 앙카라3쿠션월드컵 결승전은 당구팬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 경기였다. 승패를 떠나 세계3쿠션 최고수끼리 벌인 진검승부였다.
현 세계1위 조명우 대(對) 전 세계1위 야스퍼스의 결승전. 이름값으로도 당구팬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경기는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앞서가지 못했다. 하이런20점을 쳐도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고, 점수차가 벌어질 만 하면 금세 좁혀졌다. 조명우는 강력한 스트로크와 예술구를 연상케하는 멋진 샷이 돋보였다. 두어 차례 비껴치기를 실수한게 옥에티였다. 3쿠션월드컵 통산 32회 우승의 야스퍼스는 별명(줄자)답게 자로 잰듯한 정교함과 노련미로 맞섰다. 특히 매치포인트에서 벌인 두 선수 공방은 당구팬들의 숨을 멎게할 정도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초반은 야스퍼스가 주도했다. ‘선공’ 야스퍼스는 초구 6득점 포함, 7이닝까지 16점을 쓸어담았다. 조명우는 2이닝에 6득점했지만 4개 이닝서 공타하며 8점에 그쳤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되던 경기는 8이닝에 첫 번째 변곡점을 맞았다. 야스퍼스가 먼저 5득점하며 점수차를 13점(21:8)으로 벌렸다. 그리고 까다로운 배치를 남겨놓았다. 야스퍼스 페이스로 봐서는 조명우가 이 공격을 놓치면 점수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판이었다.
조명우가 회심의 ‘장-장-단-장’ 더블샷을 성공시키며 장타의 서막을 알렸다. 한 점 한 점 득점하며 하이런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에 대한 몰입도가 최고조로 올라가며 40초 공격제한시간 중 20~25초면 샷이 나왔다. SOOP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본 당구팬들은 하이런 세계기록(28점)을 깨는게 아닌지 숨죽이며 지켜봤지만 하이런 행진은 20점에서 멈췄다. 만약 21점째 뒤돌리기를 성공했다면 세계신기록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하이런 20점으로 점수는 8:21에서 단숨에 28:21로 뒤집혔다. 조명우가 승기를 잡은듯했다.
하지만 야스퍼스는 야스퍼스였다. 하이런20점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브레이크타임 이후 시작한 9이닝 초 공격에서 6득점하며 27:28, 1점차로 따라붙었다. 조명우로서는 진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조명우는 15일 귀국 인터뷰에서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하이런 20점을 쳤는데도 점수차가 많이 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이후 경기는 조명우가 주도권을 잡은채 막판으로 향했다. 조명우는 3번의 매치포인트에서 끝내지 못했다. 18이닝 말 공격에서는 긴 옆돌리기가 키스로 무산됐고, 19이닝에서는 투뱅크가 안맞았다.
게다가 투뱅크 실패 이후 야스퍼스에게 결정적인 오픈찬스를 줬다. 49:45인 상황에서 5점 정도는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자네티와의 준결승에서도 끝내기 7점으로 50:49로 승리한 야스퍼스였다.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야스퍼스의 20이닝 초 공격. 예상했던대로 야스퍼스는 차분하게 포지션플레이를 해가며 뒤돌리기, 옆돌리기, 옆돌리기로 48점을 채웠다. 그리고 어려운 배치를 ‘주무기’인 세워치기로 성공시키며 49:49, 더블 매치포인트를 만들었다. 다음은 비껴치기, 옆돌리기 등 여러 공격이 가능한 배치였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끝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야스퍼스 선택은 리버스. 수비보다는 끝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살짝 빠지면서 조명우에게 기회가 왔다. 배치가 또 쉽지않았다. 조명우가 디펜스를 겸한 세워치기를 시도했지만 실패.
마지막 21이닝 초 공격. 야스퍼스의 바운딩(되돌아오기)이 빠지면서 비껴치기 찬스가 왔다. 조명우가 수백, 수천번을 쳐봤을 배치다. 팔을 한번 푼 조명우가 신중하게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50:49(21이닝) 승.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명승부였다.
조명우는 귀국 인터뷰에서 “49:49 동점에서 비껴치기를 앞두고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진짜 쉬운 공인데 긴장해서 못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대한당구연맹 허해용 수석부회장은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전현(前現) 세계1위가 맞붙은 수준높은 명승부였다”며 “막판 조명우의 위기관리 능력 못지않게 야스퍼스의 레전드다운 품격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ttomas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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