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3 18:00:00
[한중일 톺아보기-169]
한때 ‘짝퉁 애플’로 불리던 시절을 넘어 어느덧 전기차까지 출시하며 ‘테슬라 킬러’라는 별칭까지 붙은 중국의 대표 IT기업 샤오미. 지난달 두번째 스마트 전기차 모델이자 SUV 차량인 ‘YU7’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첫 모델인 SU7이 또 다시 대형 사고에 휘말리며 안전성 논란이 재발했습니다. 앞서 3월 가드레일 추돌에 따른 화재로 탑승중인 여대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데 이어, 이번엔 총 16대의 차량을 들이받는 연쇄추돌 사고를 일으킨 겁니다.
목격자들은 SU7이 돌연 돌진해 한 차량을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연속적으로 다른 차량들과 충돌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사고에서는 사망자 발생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공식 발표나 샤오미 측 입장도 나오지 않은 상태로 SU7 소유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3월 사고 이후 샤오미는 과장광고 논란이 겹치며 4월 주문량이 반토막 나는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한 달여간 샤오미 설립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마음 고생을 했는데 또 다시 샤오미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 터지고 만 겁니다.
지난 4일에는 전기차 약 800대를 적재한 리베리아 선적 화물선 ‘모닝 미다스’호 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무원들이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불길은 전기차를 적재한 갑판에서 시작됐는데, 선원들이 진압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지 못했습니다.
중국 옌타이항을 출발해 멕시코로 향하던 이 화물선의 임대 및 운송관리는 중국 SAIC 그룹(상하이 자동차)산하 물류 자회사 안지물류가 맡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갑판에는 지리 자동차, 장성 자동차 등 여러 중국 전기차량들이 실려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불길은 이들 차량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전성 논란이 샤오미 SU7이나 육상에서만 국한된다고 볼 수는 없는 셈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 전기차들은 주로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가 삼원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열성이 뛰어나다곤 해도,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 종류일 뿐입니다.
때문에 화재 발생시 수일간 지속될 수 있고 내부 발열로 인한 재발화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독일 운송안전위원회(DSB)는 2023년 기준 선박 화재 원인의 약 17%가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추정했습니다. 국제운송보험사 IUMI가 “전기차 적재에 따른 리스크가 해운업계의 큰 난제”라고 지적하기도 한 배경입니다.
물론 화재관련 전기차의 내구성 문제가 중국 제품들에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70개가 훌쩍 넘는 중국 전기차 업체중 흑자를 내는 곳은 BYD, 리오토, 세레스 등 3곳 정도에 불과하는 등 극소수를 빼면 대부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 업체들은 대량 해고, 공장 가동 중단, 파산 등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전성을 소홀히하고 무분별하게 제품 생산 및 개발을 추진할 경우 불상사가 더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 입니다.
지난 1분기 중국의 대 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의 대 러시아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까지 중국의 자동차 최대 수출국은 러시아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10월 수입차에 부과하는 재활용세를 최대 85%까지 인상하면서 상황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수입차를 소유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자국산 차량보다 훨씬 커지면서 중국차의 인기가 급격히 식어버린 겁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자동차 업계는 내부적으로도 ‘출혈 경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점유율 1위 BYD가 지난달 대대적 가격 인하 캠페인을 시작하자 지리 자동차 등 다른 대형 업체들도 연이어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습니다.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에 놓인 상태에서 극단적 가격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입니다.
BYD가 이번에 감행한 대규모 가격 인하 조치는 급증한 재고 물량을 정리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맥쿼리증권은 올해까지 중국 전기차 시장의 공급 과잉률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자동차 시장의 과도한 가격 경쟁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조치가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수요 정체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신기술 개발에만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생산 능력(공급)은 계속 확대되지만 실제로 이를 구매할 소비자(수요)는 늘지 않아 수요와 공급 격차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적자, 가격 인하 경쟁에 해외 시장에서는 덤핑 논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장 불균형에 대한 책임 화살은 내수 진작이나 시장 질서 개선에는 소홀히 한 중국정부를 향하는 형국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는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여파는 이미 해외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시진핑 정권이 추진해온 ‘기술 굴기’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주목받아왔습니다. 특히 샤오미의 SU7은 포르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테슬라급 성능, 4000만 원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세워 출시 약 9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1만대를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사고와 안전성 논란은 샤오미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글로벌 전기차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조적 과잉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식 전기차 모델이 과연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SU7의 사고, 전기차를 태운 화물선 화재, 러시아 수출 급감을 각각 별개 사건들로만 보긴 어렵습니다. 모두 ‘중국형 전기차 성장 전략’이 품질과 안전성보다 속도와 규모에 치우친 구조적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적 확장보다 안전성과 품질, 기술 신뢰성에 중점을 둔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계속 단기 실적과 가격경쟁에만 몰두하고 안전과 신뢰확보에 소홀히 하는 한, 글로벌 시장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회차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매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