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반도체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선 문턱까지 주저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2심 무죄 선고 소식도 주가에는 별 힘을 보태지 못했다.
3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67% 하락한 5만1000원에 마감했다. '4만전자'까지 미끄러졌던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오후 들어 이 회장이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다만 이날 한때 4% 넘게 급락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회장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1.3% 상승으로 돌아섰다.
삼성전자 주가 급락에는 이 회장 무죄 소식보다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 특히 미국이 '관세전쟁'의 다음 목표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겨냥하면서 대미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직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의사를 재차 밝힌 데다 보조금 지급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수장의 사법 리스크보다 관세 피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1분기에 실적 저점을 확인한 뒤 중국에 대한 미국 입장이 확실해지면 반등 모멘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이미 7만5000원 선 아래로 내려갔다. 최근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확정 실적을 내놓은 뒤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잇달아 하향하면서다. 실제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 장 마감까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10개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7만3916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만 해도 11만원 선을 넘었던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가 5개월이 채 안 돼 4만원 가까이 빠진 셈이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800만주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이로써 전 거래일에 49.9%를 기록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49.8%까지 떨어지면서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 절반 이상을 국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는 상황이 유지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삼성전자를 4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는 '국민주 베팅'을 이어갔다.
[김정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