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당구장금연-下]당구장에 부는 고급화‧대형화‧IT 바람 국제식 대대에 고급 시설…당구장 창업비용 8억원까지 주판알 대신 스코어보드…점수 척척‧스트로크 점검도
[편집자주]한국은 최근 10여년간 김가영(포켓) 최성원(3쿠션) 등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2명과 김행직 조재호 강동궁 허정한 등 월드컵 우승자를 배출하며 세계적인 당구강국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구는 ‘담배’를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당구장은 스포츠 시설임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당구장 전면 금연’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3일부터 시행된다. 3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는 한국당구가 진정한 생활스포츠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들어 당구장은 최첨단 IT기술이 접목되면서 고급화·대형화되고 있다. 과거 당구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당구장 전면금연’을 계기로 변화를 맞게 될 한국당구 및 당구문화를 짚어본다.
[MK빌리어드뉴스 황성태‧이상동 기자]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에 있는 Q52당구클럽(대표 주영희)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당구클럽이다. 1,818㎡(약 550평) 크기에 국제식 대대 10대, 중대 16대, 포켓 테이블 2대등 무려 28대 당구 테이블이 들어차있다.
Q52당구클럽이 규모로만 유명한 게 아니다.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당구장 전면 금연 이전부터 ‘금연 당구장’을 표방,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왔다. 당구 테이블 옆으로는 별도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고 심지어 수면실과 샤워실까지 갖추었다. 동호인들을 위한 개인 사물함은 기본이다.
◆고급시설에 당구장 창업비 8억원까지
김세윤 Q52 당구클럽 점장은 “점심시간과 평일 저녁에는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라며 “규모는 물론이고 내부 편의시설에도 많은 신경을 써서 당구장을 찾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당구 붐이 일면서 당구장의 대형화 및 고급화도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LG그룹 R&D센터가 입주해있는 서울 강서구 마곡신도시 상업지구에는 1㎞가 채 안 되는 거리에 무려 6개의 당구장이 영업 중이다. 대부분 당구 테이블이 15대가 넘는 대형 당구장이다.
이곳의 당구장도 대부분 깨끗한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별도의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다. 경기관람석까지 마련한 곳도 있다.
당구 동호인 김정훈 씨는 “처음에는 당구장이 너무 깨끗해서 어색했는데, 계속 오다보니 오히려 당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더 좋다. 고급 당구장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내 ‘고급 당구장’은 김치빌리아드와 옵티머스빌리어드, DS빌리어즈 등이 고유 브랜드로 자체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이들 브랜드 당구장은 일찌감치 음주 손님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금연법 시행 전부터 ‘당구장내 금연’을 시행해왔다.
당구장의 고급화 추세에 이태호 작당 대표는 “한국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TV 등을 통해 당구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당구 동호인들이 늘어났다”며 “동호인들도 점차 깔끔한 인테리어와 고급 시설을 갖춘 당구장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당구장 고급화 추세에 따라 당구장 창업비용도 치솟고 있다.
작년 10월 오픈한 Q52당구클럽은 큐와 테이블, 인테리어 등 창업에 8억원이나 투자했다.(보증금은 제외)
당구장 창업 및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 국제식 대대 10대 당구장을 오픈할 때 드는 창업비용은 3억원 안팎(테이블 1억6000만원, 임대보증금 3000만~6000만원, 인테리어비 2000만원, 기타 5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과거 중대 6대 당구장의 창업비 1억원 안팎에 비해서는 세배 가량 많이 드는 셈이다.
동호인들을 위한 개인 사물함이 마련된 서울 마곡의 대대전용 당구장.
◆주판알 대신 스코어보드…점수기록은 물론 스트로크 교정까지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안양의 대대전용 씨엘당구클럽. 낮 시간대임에도 10여 명의 동호인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각 테이블 옆에는 스코어보드가 설치돼 있어 동호인들이 당구를 치면서 바로바로 스코어를 입력했다. 동호인 이모(35)씨가 한창 게임 중인 테이블 스코어는 ‘10:8’를 가리켰고, 이닝(9이닝)과 애버리지(1.111-0.889)도 스코어보드에 나왔다.
이모씨는 최종 스코어 30:22(31이닝)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평소 자신의 실력(애버리지 1.000대)에는 미치지 못해 스코어보드 ‘리플레이’기능을 통해 자신의 스트로크를 되돌려봤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당구장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주판알로 점수를 기록하던 우중충한 당구장이 최첨단 IT기기가 설치된 당구장으로 변신한 것.
당구장에 스코어보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 현재 전국 1115개 당구장에 스코어보드가 설치돼 있다. 아직 전국당구장(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통계 2만2456곳)의 5%에 불과하지만, 증가추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말 650곳에서 1년 새 465곳(71.5%)이나 늘어났다.
서울 시내 한 당구클럽에서 동호인이 스코어보드판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
스코어보드는 동호인은 물론 당구장 업주도 선호한다. 당구 플레이어들은 한번 터치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고, 자동으로 자신의 애버리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과거(3개월 가량)경기기록과 핸디, 상대방의 과거 기록까지 알 수 있어 ‘부정 핸디’ 소지를 없애준다. 특히 ‘리플레이’ 기능은 동호인들이 자신의 스트로크와 자세를 가다듬는데 활용된다.
대당 100만원 안팎(모델과 할인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인 스코어보드를 설치하는 당구장 업주들도 대부분 만족해한다. 무엇보다 당구플레이어들이 과거 주판알보다 스코어보드를 원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 대대전용 스타디움당구클럽 김창한 대표는 “이젠 당구동호인들도 클럽내 시설 과 테이블 브랜드를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 중 대대구장에서의 스코어보드는 필수이며 한 차원 높은 서비스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 아방궁당구클럽 이광구 대표는 “스코어보드는 관리자 앱과 연동이 된다”며 “외부에 나가있어도 테이블이 몇 대 돌고 있는지 내부 환경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스코어보드 기능도 더욱 첨단화하는 추세다. 단순히 점수와 애버리지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슬로우와 확대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각종 경기에서의 오심논란 여지도 줄어들게 된다.
스코어보드를 설치하는 당구장이 늘면서 관련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스코어보드 시장은 빌리보드, 빌리존, 코줌큐스코가 분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새로운 기능과 가격 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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