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08 19:33:58
손흥민이 2015년 자신을 토트넘으로 데려온 다니엘 레비 회장의 헌신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대표팀과 친선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레비 회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손흥민은 “레비 회장의 경질에 대해 이야기할 적절한 자리는 아니”라며 “나는 10년 동안 토트넘에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 이상으로 레비 회장은 더 많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전했다.
5일 토트넘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레비 회장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레비 회장의 퇴임은 토트넘의 구단 운영 구조 개편의 일환 중 하나다. 레비 회장을 대신해 피터 채링턴이 비상임 회장직을 맡지만, 실질적인 운영은 4월 선임된 비나이 벤카테샴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떠나며 “모든 경영진, 직원과 함께해 온 업적이 정말로 자랑스럽다. 우리는 토트넘을 세계 최고 수준의 팀으로 만들었다. 수년간 축구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는 큰 행운이었다.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순탄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팀이 큰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도 이 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겠다”라고 인사를 남겼다.
레비 회장은 토트넘을 소유한 ENIC그룹의 상무이사였다. 2001년 ENIC그룹의 토트넘 인수 후 회장직을 맡게 됐다. 확고한 비즈니스 철학을 갖고 토트넘을 이끌었다. 이적시장에 악명이 높을 정도로 실리적인 운영을 가져갔다.
토트넘은 레비 회장 체제에서 프리미어리그 신흥 강호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중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토트넘은 2007-08시즌 잉글리시풋볼리그(EFL)컵 우승을 시작으로 점차 ‘빅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널, 첼시)’ 체제를 무너뜨렸다. 2010년대 중반에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선임, 2016-17시즌 리그 준우승,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의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장 큰 업적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설이다. 오래된 화이트 하트 레인의 노후화로 신구장 필요성이 제기됐고, 레비 회장은 차질 없이 2019년 신구장 개장을 이어갔다. 당시 10억 파운드의 대규모 사업이었다.
손흥민은 또한 레비 회장의 작품이다. 2015년 손흥민은 3,000만 유로(한화 약 489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이어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아시아 선수에 높은 이적료를 지출했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활약하며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구단을 넘어 리그 역대급 선수가 됐다. 상징성을 비롯해 아시아 마케팅까지 성공적으로 공략한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이적료가 아깝지 않은 선택이다.
손흥민은 레비 회장에 대해서 “지난 25년 동안 토트넘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일을 해냈다. 그의 앞날에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 저를 위해 해준 모든 일에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응원했다.
토트넘은 내부 세대교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떠나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왔다. 선수단에는 주장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로 이적했다. 모하메드 쿠두스, 사비 시몬스 등 2000년대생이 대거 합류했다. 이후 가장 오랫동안 팀을 지킨 레비 회장까지 떠나보내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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