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08 07:40:00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
구창모(NC 다이노스)의 야구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NC의 부름을 받은 구창모는 명실상부 공룡군단의 토종 에이스다. 175경기(683.1이닝)에서 47승 37패 4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찍었다. 2020시즌에는 15경기(93.1이닝)에 나서 9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런 공을 인정 받아 2023시즌을 앞두고는 계약 기간 6+1년에 보장 연봉 88억 원, 인센티브와 7년 차 계약 실행을 포함해 최대 132억 원의 다년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은 구창모에게 ‘건강’을 주지는 않았다. 데뷔 후 단 한 차례도 규정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을 정도로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9년 우측 내복사근 부상, 같은 해 허리 피로골절을 호소했고, 2020시즌부터는 왼 전완부 피로 골절이 그를 괴롭혔다. 이 여파로 2021시즌 수술대에 올랐고, 2022시즌에는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23시즌에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준비했으나, 그해 6월 말 받은 피로골절 진단으로 긴 재활의 시간을 가져야 했고, 결국 대표팀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이후 왼쪽 척골 골절상을 진단 받으며 시즌 아웃됐고, 상무에 입단했다.
올해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1월 이호준 NC 감독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저 오기 전까지 5위 유지하고 계시면 1위 만들어 드리겠다’고 호기롭게 약속했지만, 상무 소속이던 4월 2일 퓨처스(2군)리그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타구에 왼 어깨를 강타당했다. 이로 인해 긴 휴식을 취해야 했고, 6월 17일 전역했으나, 마운드에 좀처럼 서지 못했다. 이후 투구 수 빌드업 작업에 매진했으나, 7월 4일 퓨처스 LG 트윈스전 이후 좌측 팔꿈치 뭉침 증상에 발목이 잡히며 다시 공을 내려놨다.
7일 창원 KIA 타이거즈전을 통해 711일 만의 복귀전을 가진 뒤 만난 구창모는 “상무에서 로테이션을 돌았는데, 타구에 하필 왼쪽 어깨를 맞았다. 투구하는데 불편감이 있어 중단했다. 전역하고 잘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도 제 몸이 너무 자주 다치다 보니 불안감이 있어 한 번 더 중단했다. 이제 그 부분을 이겨낸 것 같다. 구단에서 관리를 잘해줘 이겨낼 수 있었다. (타구에) 안 맞았으면 상무에서 로테이션을 돌다가 전역해서 바로 할 수 있었을텐데 저도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고 돌아봤다.
복귀전은 성공적이었다. 3이닝을 4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총 투구 수는 공교롭게 예정됐던 50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3km까지 측정됐다. 구속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비로 경기 개시가 1시간 10분 늦춰졌고, 본인도 큰 무리를 하지 않았다.
이날 구창모의 공을 받은 포수 김형준은 “솔직히 스피드까지는 기대 안 했다. 안 아프고 정해진 개수 소화하길 바랐는데, 잘 던졌다. 스피드는 안 나왔지만, 공 힘이 좋았다. 로케이션도 좋아 타자들이 치기 어려웠다”며 “(공 끝도) 좋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백미는 3회초 2사 만루에서 최형우를 상대할 때였다. 당시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 몰려있던 구창모는 5구로 낮은 슬라이더를 구사해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후 왼쪽 담장으로 향하는 큰 타구를 맞았지만, 공은 좌익수 이우성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김형준은 “(슬라이더 구사는) 벤치 사인도 그렇고 제 생각도 똑같았다. 큰 것 한 방을 맞기 보다는 최소 실점을 하려했다. 잘 맞아 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인도 사인이지만, 무엇보다 담대하고, 절묘하게 공을 떨어뜨린 구창모의 공이 컸다.
더 지켜봐야 하지만, 투구 후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구창모는 “내일(8일) 알 배길 것 같다. 아무래도 2군과 분위기가 다르다 보니 힘을 좀 더 쓴 것 같다”며 “그것 말고는 특별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배시시 웃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도 구창모의 부활은 NC에 절실히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NC의 가장 큰 고민은 토종 선발진이었다.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신민혁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계산이 서는 선발 자원이 절실한 상황. 이런 와중에 ‘건강할 경우 리그 최고의 에이스’ 구창모가 위력을 발휘할 경우 NC 마운드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구창모는 “복귀전을 잘한 것 같다. 다음 경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야 될 것 같다. (추후 등판과 투구 수는) 코치님과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 될 것 같다. 이닝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라며 “(그동안 팬 분들이) 저 때문에 화도 많이 나셨을텐데 그래도 응원을 해 주셔서 제가 이렇게 복귀할 수 있었다. 응원을 받고 경기를 잘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끝까지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팬 분들에게 더 이상 실망 끼쳐 드리지 않도록 준비를 잘할 것이다.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멈췄던 구창모의 야구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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