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08 06:29:00
3백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전술이 될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친선경기에서 손흥민(LAFC), 이동경(김천상무)의 연속골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뒀다. 월드컵 준비를 위해 1년 먼저 원정길에 오른 홍명보호는 현지 적응 대비에 나섰고, 개최국 미국을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유의미한 결과는 ‘전술 실험’이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주축 해외파를 앞세워 3백 카드를 내세웠다. 3-4-2-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에 손흥민, 2선에 이재성, 이동경이 나섰다. 그리고 후방에는 김민재를 필두로 왼쪽에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오른쪽에는 이한범(미트윌란)을 배치했다.
기존 4백을 내세웠던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국내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국내파를 앞세워 3백 전술을 처음 사용했다. 당시 결과, 내용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이번 원정 A매치를 앞두고 ‘해외파가 합류한 3백’ 기용을 언급했고, 예상대로 변화를 가져갔다. 이번 미국전에는 핵심 선수들이 대거 합류한 만큼 이전보다 안정감을 찾는 모습이었다.
홍명보호는 계속해서 미국의 강한 전방 압박에도 침착하게 패스를 풀어갔다. 김민재를 필두로 빌드업을 시작했다.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넘어간 뒤에는 이재성, 손흥민, 이동경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이 과정에서 ‘92라인’ 손흥민, 이재성이 두 골 모두 합작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동경은 센스 넘치는 슈팅으로 격차를 벌렸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안정감을 보여준 수비력도 빛났다. 홍명보호는 상대의 빌드업 흐름을 끊기 위해 공격수부터 압박을 가했다. 후방에서는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전진 수비를 펼치며 상대 공격수가 쉽게 볼을 잡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국전 최고 평점은 1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8.1)이지만, 무실점을 지킨 김주성(7.3), 김민재(7.2), 이한범(7.0) 또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미국전 3백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해외파 체제에서 처음 시도하는 3백인 만큼 완성도가 높지는 않았다. 미드필더 수를 줄이고, 수비수 수를 늘린 만큼 상대의 압박에 중원이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특히 후반전 중후반으로 갈수록 미국에 경기 흐름을 내주며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완전체 홍명보호가 보여준 첫 전술 변화다. 세밀함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지만, 분명 새 전술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오랜만에 한국팀다운 경기를 펼쳤다.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서 승리했다. 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한국축구의 발전에 큰 힘이 됐던 모습인데, 오늘 경기장에서 잘 보여준 것 같다”라며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았고,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두 잘 준비되어 있었다”라고 극찬했다.
홍명보 감독은 3백에 대해서는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가능성을 바라봤다. 새로운 선수들과 이 전술을 준비했다. 준비 기간 이상으로 잘해줬다. 김민재가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라고 흡족했다.
다만, 여전히 전술 변화를 두고는 말을 아꼈다. 동아시안컵 당시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던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 후에도 “당장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라고 전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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