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은 올해 50경기를 치렀다. 승률은 58%. 통산 승률에 대면 10% 모자라다. LG배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뒤로 내림세에 들어간 것이 아쉽다. 오랫동안 지켜 왔던 한국 3위에서도 내려왔다. 50경기 가운데 44판이 불계로 끝났다. 끝내기를 마치고 공배를 다 채운 뒤 집을 정리하고 셈을 하는 과정이 빠졌다는 말이다. 승패를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 곧 돌을 거두었다. 50경기 가운데 집을 헤아리고 결과를 낸 것이 6판. 여기서 변상일은 4판을 내리 진 뒤 2승을 했다. 1집 반을 이긴 다음 반집을 남긴 것이 이 바둑이다.
변상일이 백94로 들어갔다. 백이 패를 이기면 위에 한 집을 옥집으로 만들어 흑을 잡는다. 패싸움이란 마지막 변수가 사라질 기회가 저 앞에 여러 차례 있었다. 흑이 먼저 94에 두었어도 이길 때가 있었다. 서로 많은 팻감을 주고받으며 빈터를 메워 간다. 인공지능 카타고는 답을 알고 있다. 여전히 흑이 이긴다고 알린다. 사람도 아는 사람은 안다. 하지만 무엇에 홀린 듯 엉뚱한 곳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간 순간 머리를 두드리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흑143이 틀렸다. <참고도> 1로 쓰면 흑이 패도 이기고 바둑도 이겼을 것이다(98 104 112 118 124 130 136 142…94, 101 109 115 121 127 133 139 144…95, 137…, 138…).
[김영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