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02 11:29:00
6월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FC와 강원 FC의 경기. 수원 FC 안현범(30)이 후반전 시작 직전 김도윤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안현범의 수원 FC 데뷔전이었다. 안현범은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북 현대를 떠나 수원 FC로 임대 이적했다. 임대 기간은 올 시즌 종료까지다.
안현범이 수원 FC 임대 이적을 택한 건 경기 출전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안현범은 전북에서 올 시즌 K리그1 1경기에 출전했다. 3월 9일 강원전에서 교체로 5분 뛴 게 기록의 전부였다.
안현범은 수원 FC 유니폼을 입고 간절하게 뛰었다. 그는 공·수를 쉴 새 없이 오갔다. 누구보다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빠른 발을 활용해 상대 뒷공간을 계속해서 공략하고자 했다.
안현범은 웃지 못했다.
수원 FC가 강원에 1-2로 석패했기 때문. 수원 FC는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추가 시간 김대원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했다.
안현범이 강원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수원 FC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 나섰다.
승리 후에 인터뷰하고 싶었다. 경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결과가 안 좋아서 너무 아쉽다. 그래도 오랜만에 경기에 출전해 나름대로 잘 즐긴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원 FC 일원으로 팀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 아쉬운 만큼 더 잘하겠다.
Q. 그동안 경기 출전에 대한 갈증이 컸을 듯한데.
종아리를 다쳐서 고생하긴 했었지만, 운동은 항상 해왔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서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전북에선 5~10분 뛰는 것도 어려웠다. 전북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수원 FC 데뷔전에서 45분을 뛰었다. 기회를 주신 김은중 감독께 감사하다. 경기 후 후배들에게 이야기한 게 있다.
Q. 어떤 이야기를 했나.
후배들에게 “기회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Q. 그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나.
나는 사이드 백이 교체되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프로축구 선수는 90분을 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전북 거스 포옛 감독님을 존경한다. 포옛 감독님은 전북 선수들이 90분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만드셨다. 순위표를 봐라. 전북이 1위다.
교체는 부상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선발로 나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교체로 들어온 선수가 잘하면, 내 자리를 잃을 수 있다. 항상 이걸 생각해야 한다. 항상 긴장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수원 FC는 선수층이 얇은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런 게 눈에 좀 보였다. (이)용이 형이나 (지)동원이 형도 이런 얘길 자주 하신다.
후배들에게 조금 강하게 이야기했다. 후배들에게 “힘들거나 조금 아프다고 나오지 마라. 나와야 한다면, 모든 걸 쏟아내서 뛸 수 없는 상태에서 빠져야 한다. 몸이 약간 불편하거나 조금 힘들어서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신 상태론 발전이 없다”고 했다. 나부터 경기 출전의 기회가 얼마나 간절한지 보여주겠다.
Q. 교체 투입 후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 같았다.
나는 안데르손, 루안, 싸박 등 외국인 선수가 수원 FC 핵심이라고 본다. 훈련할 때부터 이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가면서 소통도 많이 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내 장점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물어봤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려고 힘썼던 것 같다. 휴식기 동안 더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수원 FC 루안이 동점골을 터뜨린 뒤 비디오판독(VAR)이 이루어졌다. ‘공이 안현범의 발에 닿았나’를 본 것이었다. 조마조마하진 않았나.
전혀. 그 공은 내 키가 2m면 모르겠는데 건드릴 수가 없었다. 득점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공을 건드릴 생각도 없었다. 어차피 들어가는 공인 걸 알고서 발을 뻗어본 것이다. 공이 발에 닿지 않은 걸 알았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내 다리가 그런 공을 건드릴 정도로 길진 않다(웃음).
Q. 김은중 감독은 “안현범을 측면 공격수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목표로 잡은 공격 포인트 수치가 있나.
우리 팀 시스템상 공격만 할 순 없다. 수비도 같이 해야 한다. 윙백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 좋다. 하지만,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내 공격 포인트는 없어도 좋다. 물론, 내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다면, 팀이 K리그1 잔류 경쟁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 잔류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
Q. 수원 FC로 임대 오기 전 이 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안다. 수원 FC에 와 보니 어떤 것 같나.
김은중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많은 신경을 써주신다. 항상 나를 존중해주신다. 특히나 경기 출전이 간절한 내 마음을 알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잘해야 한다. 항상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을 보이려고 한다. 수원 FC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성적만 내면 될 것 같다.
오늘 경기가 참 아쉽다. 교체 들어갈 때 다짐한 게 있다. ‘흐름을 바꾸자’는 거였다. 우리 감독님이 가장 아쉬워하시는 게 ‘게임 체인저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자주 말씀하신 거다. 내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싶었다. 전방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온 힘을 다해 공·수를 오갔다. 상대 뒷공간 공략도 많이 했다. 뛰다 보니까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김)대원이가 찬물을 끼얹더라. 내 중학교 후배다. 형님의 데뷔전을 이렇게 만들어버렸다(웃음).
[수원=이근승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