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17 05:27:15
US오픈 공동 33위 김주형
韓 선수 중 최고 성적 기록
프로 골퍼들이 성적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골프를 하는 것이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125회 US오픈에서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플레이를 펼친 한 골퍼가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33위(9오버파 289타)를 차지한 김주형이다.
김주형은 “정말 오랜 만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샷이 흔들려 컷 통과를 걱정했는데 다행히 완주에 성공했다. 몇 가지 동작을 교정한 뒤 과거의 좋았던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다음 경기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2021~2022시즌 PGA 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주형은 2시즌 동안 3승을 포함해 톱10에 12번 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해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졌다. 페덱스컵 랭킹 50위 밖으로 밀려나며 특급 대회 풀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그는 올해도 좋지 않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 앞서 15개 대회에 출전했던 김주형이 거둔 최고 성적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 공동 7위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남은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그린 주변 어프로치, 퍼트까지 모두 앞선 대회 때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가 잘 안 됐던 지낸해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모든 면에서 향상된 게 느껴진다. 아직 100%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감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지난해와 달라진 점 중 하나다. 김주형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깨닫게 된 건 과거의 스윙과 퍼트를 동일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몸 상태와 멘탈 등이 모두 달라진 만큼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중간의 절충안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US오픈을 앞두고 가장 신경썼던 건 기본기다. 김주형은 “기본기가 흔들린 상황에서 연습 라운드를 도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연습장으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강하게 잡고 있는 그립으로 인해 어드레스 정렬, 테이크어웨이 궤도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 다행히 개막에 앞서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US오픈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샷 자신감을 되찾게 된 김주형은 이제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퍼트감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는 “최근 드라이버와 아이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라 상대적으로 숏게임 연습을 소홀하게 됐다”며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어프로치와 퍼트를 잘 해야 하는 만큼 시간 분배를 잘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시간을 통해 프로 골퍼와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밝힌 김주형은 2025시즌 마무리를 잘 해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스코티 셰플러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조급함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고 앞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올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오크몬트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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