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일본에서 후지쓰배가 열렸다. 바둑 역사에서 첫 세계대회였다. 몇 달 뒤 대만에서 만든 응씨배가 1회 대회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동양증권배가 돛을 올렸는데 세계대회라 하기엔 다른 나라에서 온 선수가 적었다. 일본에서 세력 바둑으로 이름을 날린 다케미야 마사키가 후지쓰배에서 1·2회를 연속 우승했다. 1990년 열다섯 살 이창호는 최위전 결승 무대에서 응씨배 우승으로 황제에 오른 스승 조훈현을 처음으로 이겼다.
허리가 둘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끈질긴 마라톤 바둑을 두었던 린하이펑은 후지쓰배에서 다케미야에게 밀려 2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그 한을 1990년 3회 대회 결승에서 풀었다. 다케미야를 두고 울고 웃었던 린하이펑과 이창호는 1992년 동양증권배 결승에서 맞붙었다. 이창호의 세계대회 17번 우승 신화, 그 첫걸음이었다. 이지현이 태어난 1992년, 일곱 살 원성진은 또래 중에서는 최강급이었다.
흑이 왼쪽에서 살아갈 때 백이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백94를 서두르다 좋은 곳을 놓쳤다. <참고도> 백1·3을 두어 놓고 흑을 떠본다. 눈에 보이는 큰 끝내기 자리 흑4에 젖히면 이때 백5에 끼우는 것이 알맞았다. 흑117에 몰아 살았고 백은 118로 공배를 이으며 뒷손을 잡았다.
[김영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