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3 11:55:00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칼리드 쿨리발리와 많이 부딪힐 거다. 세계적인 수비수다. 분명 힘들 거다. 하지만, ‘힘들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어려운 상대일수록 팀을 위해 헌신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박인혁(29·광주 FC)의 목소리엔 팀원들을 향한 신뢰,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광주는 4월 26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 알 힐랄(사우디)과의 맞대결을 벌인다.
광주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알 힐랄에 크게 밀린다.
알 힐랄은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 우승 19회(최다), ACL(ACLE의 전신) 우승 4회(최다)를 기록 중인 팀이다.
알 힐랄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던 스트라이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A매치 56경기를 소화 중인 후벵 네베스, 이탈리아 세리에 A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혔던 세르비아 국가대표 출신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김민재 이전 SSC 나폴리(이탈리아) 핵심 수비수였던 쿨리발리, 2022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수문장 야신 부누 등 ‘슈퍼스타’도 즐비하다.
하지만, 광주는 처음 나선 ACLE에서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극복해 왔다. ACLE 16강전에선 일본 J1리그 2연패를 달성한 비셀 고베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광주는 원정에서 치른 16강 1차전에서 0-2로 패한 뒤 홈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MK스포츠’가 20일 사우디 출국을 앞둔 박인혁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알 힐랄을 상대한다.
설렌다. 19일 FC 서울 원정에서 승리하며 아주 좋은 분위기다. 사우디에서도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하겠다.
Q. 이정효 감독이 서울전 후 방송 인터뷰에서 울컥했다.
영상으로 봤다. 서울전에서 출전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선수들이 모든 걸 쏟아낸 경기란 걸 느꼈다. 벤치에서도 선수들의 절실함이 눈에 들어오더라. 광주란 팀이 그렇다. 훈련장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내는 팀이다. 팬들에게 더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감독님이 울컥하신 것에 공감이 많이 됐다.
Q. 서울전 마치고 선수들과 어떤 얘기를 나누었나.
서로 ‘고생했다’는 말만 주고받았다. 알 힐랄전은 사우디로 가서 이야기할 듯하다. 우리가 19일까진 서울전만 바라보고 준비했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서울전에서 승리했으니 알 힐랄전도 ‘잘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Q. 알 힐랄엔 유럽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즐비하다.
이정효 감독께서 말씀하셨다시피 팀과 개인의 대결이라고 본다. 조직력에선 우리가 앞선다. 우린 어떤 팀을 상대하든 ‘원 팀’으로 맞선다. 우리가 더 똘똘 뭉친다면, 사우디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Q. ACLE 16강 고베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쓰지 않았나. 이때의 경험이 알 힐랄전에 큰 도움이 될 듯한데.
우리가 큰 뒤집기를 해냈다. 우리가 고베전을 통해서 더 끈끈해졌다는 걸 느낀다. 응집력이 생겼다. 알 힐랄전은 0-0에서 시작하지 않나. 그리고 단판이다. 유리한 건 우리라고 본다.
Q. 경기에 나선다면 김민재의 합류 전 나폴리 간판 수비수였던 쿨리발리를 뚫어야 한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쿨리발리와 많이 부딪힐 거다. 세계적인 수비수다. 분명 힘들 거다. 하지만, ‘힘들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어려운 상대일수록 팀을 위해 헌신하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Q. 광주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시즌 아닌가. 광주에 와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무엇인가.
다른 팀에 있을 때도 광주는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었다. 축구를 잘하는 팀이다. 광주에 와서 보니 모든 게 팀으로 움직인다. 아주 잘 만들어진 팀이란 걸 느낀다. 팀에 계속 녹아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역할도 해낼 것이다.
Q. 선수들이 “이정효 감독은 다르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가.
확실히 다르다. 전술, 전략의 깊이가 놀라울 정도다. 이정효 감독님은 소통도 활발하게 하신다. 이정효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잘 다가갈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신다. 그렇게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꾀하고, 팀에 녹아들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배우는 게 정말 많다.
Q. 이정효 감독은 “우승하겠다”고 했다.
사우디는 멀다. 거기까지 가서 1경기만 하고 돌아오고 싶지 않다. 다 똑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선수가 즐비한 팀을 상대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해 돌아오겠다. 우린 결과를 얻으러 간다.
Q. K리그 모든 팬이 올 시즌 ACLE에선 광주를 응원하고 있다.
모든 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경기 시간이 26일(토요일) 오전 1시 30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늦은 시간이지만 많은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가 늦은 밤까지 축구 보신 걸 후회하시지 않도록 좋은 축구 보여드리겠다.
[영종도=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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