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인해 무역 불확실성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공기업들이 해외 판로를 개척하거나 기술을 국산화하는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몰두하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수출 시장 다변화를 이뤄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무역 장벽을 넘어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무역구조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통상 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해 수출 1조달러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목표다. KOTRA는 집중 추진 전략 과제로 △수출 시장·품목 다변화 △내수 강소·중견기업 수출 기업화 △환경 무역장벽 대응 △공급망 안정화를 선정했다.
우선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를 위해 K컬처, 디지털 서비스, 방위산업, 조선, 인공지능(AI) 등을 주력 수출 산업으로 키운다. 특히 비서구권과 개발도상국 등 글로벌사우스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한다. 관세전쟁이 심화하는 만큼 관세 영향이 적은 문화·서비스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KOTRA는 최근 아프리카지역 무역투자확대전략회의를 열고 아프리카를 수출 주력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 인구는 2050년 25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OTRA는 이 같은 세계 최대 인구 증가지역에서 아프리카 전략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국서부발전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기술력을 갖춘 국내 중소기업 13곳으로 구성된 해외시장 개척단을 필리핀에 파견했다. 이번 개척단 파견은 지난해 6월 베트남에 이어 한국국제협력단과의 두 번째 협업 사례다. 양 기관은 발전공기업과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기관 간 협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이끌고 있다.
필리핀 시장개척단은 필리핀전력공사와 면담을 하고 필리핀 정부의 전력 인프라 확충 계획 등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및 현지 에너지업계와의 기술·정책 교류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의 ODA 기반 조달 시장 진입 가능성도 살펴봤다.
서부발전은 향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전략 지역으로 선정하고 현지 사무소를 설립해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7월에는 국내 기자재 중소기업들과 베트남 '붕앙2' 등 5개 석탄화력발전소를 방문하고 제품 홍보설명회를 개최한다. 9월에는 베트남에 수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현지 영업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는 기자재 국산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1986년 15%에 불과했던 가스공사 부품 국산화율은 최근 87%까지 올라왔다. 부품 국산화 대상 품목 1346개 중 766개의 국산화가 완료됐다.
가스공사는 1990년대 외국산 기자재 국산화를 시작으로 부품 자립을 추진해왔다. 첫 도전은 원일 T&I와 함께 시작한 가스필터와 가스히터 국산화였다. 이 프로젝트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현재 가스공사가 설비에 활용 중인 가스 필터의 95%, 가스히터의 79%가 국산 제품이다.
가스공사는 이후 1996년 초저온 피팅류, 2002년 초저온 밸브류, 2014년 멤브레인 탱크 등 기자재 국산화 영역을 확산해나갔다. 공사는 앞으로 펌프나 압축기 등 회전기계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비부품 국산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일부 공기업들은 여름철 폭염 등 재난·재해 대응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25년도 에너지바우처 신청·접수를 받고 있다. 에너지바우처는 취약계층이 냉·난방 이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수급자는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 요금고지서에서 요금을 자동 차감받을 수 있다. 혹은 국민행복카드를 통해 원하는 에너지원을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올해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돼 있던 지원 금액을 통합해 사용자 환경에 따라 연중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중부지방 기습 폭설에 대한 대응을 높이 평가받아 최근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도 재난관리평가'에서 에너지 분야 최우수(1위) 기관으로 선정됐다. 한전은 대통령 기관 표창을 수상했다.
재난관리평가는 중앙부처 30곳, 공공기관 67곳, 지방자치단체 243곳 등 총 340개 기관을 대상으로 재난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제도다. 평가 결과는 '우수·보통·미흡' 3단계로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