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풍미했던 MBC 대하드라마 '조선왕조500년 설중매'에서 한명회를 연기했던 원로 배우 정진 씨(본명 정수황)가 담낭암 투병 끝에 2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1941년 11월 22일생인 고인은 배우 출신 연출가인 이해랑(1916~1989)에게 발탁돼 1962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고인은 생전에 돈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철칙으로 삼았다. 데뷔 이래 상업적인 작품보단 정통 연극 등을 고집하면서 연극인의 삶을 우직하게 펼쳐나갔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중퇴했으며 1967년 TBC 동양방송 특채로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을 알렸다.
'제1공화국' '임진왜란' '한명회' '실중매' '제4공화국' '태조 왕건' '황진이' '식객' '천추태후'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줄곧 노련한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2000년 KBS 사극드라마 '태조 왕건'의 능환 장군 역과 2009년 KBS 사극 '천추태후'의 고현 내관 역은 특히나 대중에게 친숙하다.
영화계에는 1973년 사극 영화 '오타 줄리아와 도꾸가와 이에야스'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장사의 꿈' '중광의 허튼소리' 'J에게' '소금장수' '엄마는 외출 중' '홍두깨' '칠삭동이의 설중매' 등 유수 영화들에 출연했고, 유작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단편영화 '가족'이다. 2009년에는 드라마 '천추태후'를 마지막으로 무대로 돌아간 고인은 이후 여러 뮤지컬 등에 출연해왔다.
또한 경동예술회관 대표, 극단 경동예슬극장 대표,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등을 지내면서 후배 양성에도 힘써왔다. 1984년 MBC 사극드라마 '설중매'에서 한명회를 연기하며 1985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1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이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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