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군사훈련 참여를 위해 우리 해군기지에 입항했던 미국 해군 항공모함 등을 드론으로 불법 촬영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유학생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미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미 해군 항모도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구속된 중국인 유학생인 40대 남성 A씨에게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일반이적은 형법 제2장 '외환의 죄' 제99조에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혐의는 범행을 주도한 A씨에게만 적용됐다. 경찰은 "유학생 A씨의 행위가 군사상 이익을 해한다"는 국군방첩사령부의 판단도 반영했다.
구속된 30대 남성 B씨와 불구속 입건된 30대 여성 C씨에게는 군사기지법 위반이 적용됐다. 군사기지법은 군사기지나 군사시설을 무단으로 촬영하면 적용된다. 외국인이 일반이적 및 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인근에서 드론을 띄워 해군 기지 내부와 미 해군 항모 시어도어루스벨트함(10만t급) 등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1년간 이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2023년 2~3월 유학생 신분으로 각자 국내에 입국해 부산의 한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불법 촬영은 입국 직후 서로 역할을 나눠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드론과 개인 휴대전화로 모두 9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불법 촬영물 용량은 모두 11.9GB로 사진 172장, 동영상 22개였다. 불법 촬영물 일부는 틱톡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돼 무단으로 배포됐다.
경찰은 A씨 등이 범행에 사용한 중국 제조사의 드론에도 주목했다. 이 드론은 제조사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야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 현지 서버로 모든 자료가 전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 등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여부 등에 대해 "동호회 덕후"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취미활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나 누군가에게 지시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 급증하는 외국인의 국가중요시설 및 군사시설 무단 촬영 행위로 인해 국가안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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