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힘겨루기에 나섰다. 특히 '부산·경남'과 '대전·충청' 간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의 연내 부산 이전 방침을 밝힌 가운데, 우주항공 연구기관의 경남 사천 이전 이슈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지역 기반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면서 정치 쟁점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26일 지자체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연내 해수부 이전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여기에 새 해수부 장관 후보자로 부산 출신 전재수 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면서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 대통령의 대선 당시 부·울·경 공약 중 하나다. 이에 충청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해수부 이전은 행정수도 완성에 역행한다"고 했고, 김태흠 충남지사는 "도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비판했다.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충청권 민심을 무시한 일방통행"이라며 집단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전략적 재배치'라고 평가했다. 부산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다. 하지만 해수부 이전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오히려 민주당이 지지하는 형국이다. 정당별 입장이 뒤바뀐 모양새다.
부산시는 해수부 이전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해수부가 오면 공공기관과 연구기관의 협업이 촉진돼 부산이 5대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다음달 1일부터 해수부 이전 지원팀을 신설해 이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풍력, 국토교통부의 물류 업무까지 함께 이관해 해수부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며 북항을 적절한 입지로 제시했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을 경남 사천으로 옮기자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우주항공 연구기관 소재지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졌다. 하지만 연구기관 이전에 대한 정당별 '공수' 입장은 해수부의 경우와 정반대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지역 기반 파괴"라면서 반대하고 국민의힘 경남권 의원들은 사천 중심의 우주항공 산업 육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사안마다 상반된 태도를 취하는 배경에는 내년 6월 전국 동시지방선거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이번 기관 이전 논란이 부·울·경 대 대전·충청 구도로 이어지면서 지역 민심의 향방을 좌우할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해수부 이전은 부산 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다.
반면 사천의 우주항공청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다.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정당별로 지역 내 정부부처·공공기관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최승균 기자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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