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조세소송 대역전 이끈 유철형·이동훈 태평양 변호사 조세분야 베테랑·신입변호사 의기투합해 세기의 소송전 1·2심 패소 궁지 몰렸지만 대법원서 이길 것으로 확신 수익 상관없이 공익활동 일환 "조세법리 이정표 세워 뿌듯"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법무법인 태평양 사옥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태평양 조세그룹 유철형, 이동훈 변호사(오른쪽부터).
원금 1600억원에 연 12%의 이자율. 하루 이자만 약 5000만원.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펀드 등 9개 투자단체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은 소송 금액이 높은 만큼 소송 당사자들에게도 부담이 큰 사건이었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조세분쟁 중 마지막 사건인 이번 사건은 원금과 지연이자를 합쳐 총 2000억원을 두고 건곤일척의 대결이 8년간 이어졌다.
1·2심 재판부가 모두 론스타 측의 손을 들어주며 한국 정부의 패색이 짙어졌다. 길어진 재판 기간에 이자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지난 24일 대법원이 한국 정부의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판이 뒤집혔다.
론스타 관련 조세 사건만 7~8건을 맡으며 2008년부터 17년간 국세청을 대리해온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와 2017년에 신입 변호사로 들어온 뒤 처음 맡는 사건으로 이 사건을 맡게 된 이동훈 변호사(변호사시험 6회)가 이 같은 대역전극의 숨은 주역이다.
1997년부터 태평양에서 근무한 유 변호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대법원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해서 판단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1·2심을 행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서 진행하면서 사건이 길어졌지만 대법원에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라는 형태상 민사법원이 1·2심을 맡았지만 조세 사건을 맡아본 행정법원이나 대법원에서 판단한다면 법리상 국세청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난관도 많았다. 국세청은 심급 대리로 하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하면 대리인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워낙 세간에 이슈도 많이 됐고, 항소심에서도 지고 나서는 국세청에서 태평양이 계속 대리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왔다"며 "저희는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국세청이 믿고 상고심까지 맡겨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 수임을 끝까지 밀고 간 데는 수익성보다는 '조세법리' 정립이라는 대의명분이 더 크게 작용했다. 국세청 대리는 수익성 측면에서 투입 비용 대비 변호사 보수가 낮은 편이다. 유 변호사는 "이 사건에 적용되는 조세법리는 앞으로 동일한 쟁점의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데, 이 사건에서 그 법리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으면 한국 조세행정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으므로 사건을 맡아 타당한 조세법리를 정립하고 그러한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론스타 펀드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해 갔는데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론스타와의 소송 사건인 이 사건에서 법리에 반해 다시 막대한 국고가 유출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수익성과 관계없이 정부를 대리해 이 사건을 공익 활동의 일환으로 수행해온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 변호사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론스타와 관련한 다른 소송에서도 2008년부터 국세청을 대리했다. 론스타 측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2013년에 시작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국제 중재 사건에서도 태평양이 정부를 대리했는데, 2022년에 나온 결론에서 조세 쪽은 배상 책임이 전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1·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했을 때 정부가 이길 수 없는 사건을 상고해 국민의 혈세로 론스타 측에 이자만 더 물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련을 견뎌내며 국세청과 면밀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수확한 열매는 달콤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진다면 하루에 약 5000만원씩 이자가 붙는 셈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이자로 나가는 국민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러 비상 대책도 많이 세웠었다"며 "서울지방국세청 송무1팀의 문진혁 사무관님, 이송하 조사관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