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30 11:33:58
광주시, 개별공시지가 발표 충장로2가 ㎡당 1227만 원 현실 동떨어진 지가에 논란 “장사 안 돼도 세금 오른다” 상권 침체 속 이중고 겪어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가 최근 몇 년간 상권 침체로 유동인구와 점포 수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여전히 ‘광주 최고가’ 공시지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30일, 토지 관련 국세·지방세 및 각종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올해 1월 1일 기준 개별공시지가를 결정·공시했다.
이번 공시에서 동구 충장로2가 광주우체국 부지는 ㎡당 1227만 원으로, 광주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꼽혔다. 이는 전년 대비 137만 원 하락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전체 최고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상권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광주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6.0%에 달했으며, 충장로·금남로 일대는 24.4%로 전남대(3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로 충장로 곳곳에는 ‘임대문의’ 현수막이 내걸린 빈 점포들이 즐비하며,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이탈과 유동인구 급감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는 여전히 높은 이유는, 공시지가 산정 방식 자체가 상권의 실제 운영 상황이나 공실률, 매출 등 단기적인 경제지표보다는, 토지의 입지적 가치와 미래 개발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충장로 일대는 유동인구 감소와 높은 공실률로 인해 현재 상업적 활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광주의 행정·금융·업무 기능이 집중된 도심 상업지역이자, 재개발이나 고밀도 복합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중심에 위치하고, 향후 용도 전환이나 고층 개발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땅은 ‘잠재가치’가 크다고 판단돼 공시지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공시지가가 높게 유지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간다. 건물주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해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늘었다는 이유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게 된다. 문제는 상권이 이미 침체돼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상인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장사를 접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빈 점포는 더 많아지고, 충장로와 같은 중심상권조차 활기를 잃게 된다.
장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는 점포가 늘수록 공실률은 오르고 상권 침체는 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공시지가 상승은 상가를 직접 소유한 고령 자영업자에게도 건보료 인상, 기초연금 탈락 등의 간접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충장로에서 2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예전처럼 사람이 몰리는 것도 아니고 장사도 안 되는데, 건물주가 세금 핑계로 월세는 더 올리려고 한다”며 “공실률이 이렇게 높은데 왜 공시지가는 그대로인지 납득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광주시는 “국토부 표준지를 기준으로, 입지·도로접면·이용도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며 “도심 상업지역은 개발 압력이 높고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지가가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시의 2025년 개별공시지가 평균 상승률은 1.94%로, 전국 평균(2.72%)보다는 낮았다. 자치구별로는 북구(2.23%)가 가장 높고, 동구(1.38%)는 가장 낮았다. 최고가 토지는 충장로2가 광주우체국 부지, 최저가는 광산구 왕동 임야로 ㎡당 884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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