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9 11:52:03
강제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걸그룹 멤버의 모친이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모친은 “딸의 구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죄인”이라며 143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는 29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43엔터테인먼트 A씨의 소속 아이돌 멤버 강제추행 고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화연대 김재상 사무처장, 법무법인 정인 문효정 변호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김영민 센터장, 피해자 어머니, 전 143엔터 허유정 A&R팀장, 활동가 정치하는엄마들 이민경 씨 등이 참석했다.
먼저 피해자 B씨 모친은 딸의 피해 사실에 대해 “초반에는 가벼운 신체접촉이었지만,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심해졌다. 아이가 A씨에게 ‘이제 내 몸을 그만 터치하라’고 하자, A씨는 업무상 불이익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며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 저는 진심으로 제가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번의 구조 신호에도 저는 듣지 않았고, 제가 눈과 귀를 닫은 순간 제 아이는 상상도 못할 일을 겪어야 했다”라고 밝히며 눈물을 쏟았다.
모친에 따르면 B씨는 해당 사건 이후에도 그룹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했다. 이에 모친이 나서 A씨에게 각서를 쓰게 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도 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사건반장’에서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B씨의 녹취가 방송됐다.
모친은 “아이돌 활동도 A씨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합의뿐이었다.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어서 대표에게 합의금을 달라고 했는데, A씨는 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며 “A씨가 ‘B씨가 다칠 텐데 괜찮겠냐’는 협박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그 후 아이의 그룹 탈퇴 기사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모친은 “저는 우리 딸에게 영원히 죄인이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 하에 미련하게 대응해서 아이를 더 깊은 어둠에 몰아넣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 업계에서 반드시 퇴출돼야 하고,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현장에서 A씨가 B씨의 추행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자필 각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작성된 각서에는 ‘본인(A씨)은 멤버에 대한 성추행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며 ‘향후 143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계약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대표이사를 떠나 본인이 불이익이 없도록 책임을 질 것이며, 계약의 연장 및 기타 계약 관계에 있어 (B씨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을 부여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문효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소속사 대표 A씨가 피해자인 아이돌 걸그룹 멤버의 의사에 반해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라며 “A씨는 사건 초기 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사과도 했지만, 피해자의 활동을 빌미로 계속해서 입장을 번복하며 성적 접촉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최근 관할 경찰서에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만간 경찰 출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력으로서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추행한 자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7조에 의해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이번 사건은 연습생과 연예인 지망생들의 근로자성 문제, 특히 아동이나 연습생,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위계적 강요나 성적 대상화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남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143엔터테인먼트 측이 피해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 ▲유효하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와의 전속 계약은 즉시 해지할 것 ▲수사당국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이용학 대표를 엄벌에 처할 것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자들의 문제 부가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A씨의 강제추행 의혹은 지난해 11월 JTBC ‘사건반장’ 측이 A씨가 걸그룹 멤버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처음 알려졌다.
당시 A씨는 ‘사건반장’ 측에 “해당 멤버가 ‘팀에서 계속 활동하게 해 달라. 일일 여자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고, 영화도 먼저 보여 달라고 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143엔터 측 역시 “방송에서 언급된 멤버와 대표 사이에는 어떠한 성추행, 기타 위력에 의한 성적 접촉이 없었으며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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