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3.08 22:53:56
ICAO 70년 만에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 추진 올해 하반기 총회 의결 해 2028년 전면 시행 예정 민·군 공항 지자체 “재산권 보호·균형 발전 위해 규제 완화해야” 수원·성남 군 공항 지역구 의원들도 법 개정안 발의 국토부 “규제 개선에 공감...ICAO에 의견 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70년된 고도 제한 국제기준을 연내 개정할 예정인 가운데 공항을 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발전을 거듭한 항공 기술을 반영해 고도 제한을 풀어 주민 재산권 제약을 방지하고 도시·지역 간 발전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ICAO 이사국인 우리나라도 고도 제한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터라 ICAO가 어떤 결론을 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으로 인해 고도 제한을 받는 영종도와 계양 지역 발전을 위해 ‘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 방안 수립 용역’을 6월께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 공항시설법은 민간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 건축물 높이를 45m(해발 57.86m) 미만으로 규제해 아파트의 경우 13층 이하로 지을 수 밖에 없다.
ICAO가 1955년에 만든 국제기준이 적용되면서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영종하늘도시, 공항신도시, 용유도, 장봉도, 신·시·모도 등이 고도제한 구역에 포함돼 있다. 해발 256m인 백운산은 전체 면적의 30%가 고도제한 구역으로 묶여 고도제한 준수를 위해 산림 일부가 훼손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6년 7월부터는 영종도가 중구에서 분리돼 기초단체(영종구)로 격상되기 때문에 영종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고도제한 완화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김포공항이 있는 서울 강서구도 전체 면적의 97%가, 공항 영향권인 양천구는 57%가 고도제한에 묶여 있다. 경기 부천시는 약 23㎢에 걸쳐 높이가 제한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23년 9월 오세훈 시장이 ICAO 이사회 의장을 만나 강서·양천구 등 김포공항 일대 주민의 불편을 설명하며 고도 제한 국제기준을 조속히 개정해 줄 것을 건의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엔 ‘공항권역 고도제한 완화 및 발전방안 구상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10월이면 항공 운항 안전이 확보되는 수준에서의 개선안이 나올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남권 대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서울시는 김포공항 일대를 UAM(도심교통항공) 등 신(新) 산업·경제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도 올해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고도제한 완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국토부, 서울시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軍) 공항을 둔 지자체도 고도 제한 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원시는 오는 24일 영흥 수목원에서 수원 군 공항 주변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한 첫 주민 설명회를 연 뒤 각 구청과 동사무소를 순회하며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수원시는 지난 2009년 수원군공항 고도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액을 약 1조4818억원으로 추산했다. 2022년 기준 재개발할 수 있는 주택 등이 전체의 58%에 이르지만 고도 제한으로 인해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통합국제공항추진 시민협의회는 “비행안전구역 내 재산 평가가 절반 이상 떨어지고 수원·세류역 부근 등이 개발되지 않는 등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고도 제한 완화와 군공항 이전을 촉구하는 10만 명 서명을 10월까지 받아 국방부·국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이 지역구인 염태영·김준혁 의원은 지난해 8월과 9월, 미비행 구역에 대한 고도제한 해제, 비행안전구역 내 건축물 규제를 ‘45m→-300m’로 늘리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공항이 있는 성남의 김태년 의원도 지난해 10월, 비행안전구역 내 건축물 규제를 45m 이내에서 90m 이내로 변경하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고도 제한 완화 요구는 10여년 전부터 나왔고, 우리 정부도 항공기 성능 등이 발달해 50년대에 만들어진 국제기준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국제기준에 맞춰 (국내)법이 제정·운영되기 때문에 ICAO에 안전 위험이 미치지 않는 구간까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고 전했다.
70년 만에 공항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을 추진 중인 ICAO는 올해 상반기 이사회를 거쳐 하반기께 총회를 열어 최종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2028년 전면 시행이 유력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항공기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일부 국가는 공항 주변 비행안전구역을 줄이는 데 대해 위험성이 많다는 의견을 ICAO에 전달해 국제기준이 어느 수준으로 조정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ICAO는 국제민간항공 항공 기술·운송·시설 등의 발전을 위해 1947년 설립된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1951년 민간 항공기 비행의 안전 확보를 위해 장애물제한표면(OLS)을 마련했고, 우리나라는 1952년 ICAO에 가입한 후 민간 공항에 ICAO 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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