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선반 화재로 동체상부 태워 승객·승무원 176명 전원 탈출 일부 승객 짐 꺼내며 방해 안내없이 비상구 개방 논란도 전문가 "추락사 위험 크고 엔진에 빨려 들어갈수도" 경고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한 달 만인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급 대피 과정을 두고 에어부산과 승객들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승객들의 무질서한 대피가 위험을 키웠을 수도 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3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에어부산 BX391편은 지난 28일 부산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중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서 항공기 내부 뒤편에서 불이 나 동체 상부를 태웠다. 당시 탑승했던 승객 170명(탑승 정비사 1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7명이 경상을 입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르면 31일부터 합동 감식에 돌입해 발화점과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합동감식에는 항공기 제작국인 프랑스 사고조사위원회도 동참한다. 현재는 합동감식을 위한 안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고조사위는 화재가 난 항공기 양쪽 날개에 연료 3만5900lbs(파운드)가 실려 있어 폭발 가능성 등이 있는 만큼 안전 확보가 먼저라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 규명에 앞서 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승객들은 "기장이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에어부산 측은 "화재 확인 즉시 승무원이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며 "기장은 2차 피해가 없도록 유압 및 연료계통을 즉시 차단한 후 비상탈출을 선포해 신속하게 전원 대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승객들은 화재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별도의 안내 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으로 짧은 시간 내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해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가장 큰 논란은 승무원들의 대처가 미흡해 비상구를 승객이 직접 열고 탈출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승무원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승객이 비상구를 직접 열 경우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항공사 기장은 "엔진이 작동할 때 외부 상황을 확인하지 않고 비상구를 열면 승객이 엔진 앞에 있을 경우 빨려 들어가고 뒤에 있을 경우 날아가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슬라이드가 충분히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탈출하면 추락사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승객은 캐리어까지 챙겨 나오며 다른 승객들 대피를 방해하는 행동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항공기 화재 때 90초 내 탈출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90초 룰'이 있는데, 짐을 찾으면 시간이 허비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