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6억 규제에 대혼란 가계약만 체결했었던 매수자들 규제 실행 하루 전 서둘러 계약 무주택자 "현금부자만 유리" 강남집 사려면 최소 20억 필요 30대 고소득 전문직들 직격탄 시장에선 "풍선효과 우려" 한강벨트 거래량은 줄겠지만 노도강 등 강북 집값 뛸 수도
"갑자기 나온 대출규제 때문에 내일 계약을 오늘로 당겼습니다. 황급히 반차를 내고 뛰어다니는 중인데 분통이 터집니다."
27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아현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 모씨(34)는 대출 신청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떼느라 상당히 분주했다. 그는 원래 다음 날인 28일 양천구 목동에 있는 아파트를 약 18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려고 했다. 아이 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이동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경우 6억원을 초과해 대출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규제를 발표하며 당초 계획이 단단히 꼬였다.
이씨는 매도인에게 급히 전화해 계약일을 하루 당기자고 양해를 구했다. 이날 주민센터는 이씨와 같이 아파트 매매 계약일을 당기고 부랴부랴 후속 서류를 준비하는 30·40대가 몰려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강동구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도 "갑자기 발표된 대출규제를 보고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며 "올림픽파크포레온과 롯데캐슬퍼스트 등에서 대출규제 때문에 서둘러 계약을 앞당긴 고객이 오늘만 두 팀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는 고소득 맞벌이 부부라도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않으면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를 매수하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를 차단하는 강력한 대출규제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특히 비규제지역(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에 속한 8억6000만원 이상 주택, 규제지역(LTV 50%)에 있는 12억원 이상 주택을 매수하려던 무주택 영끌족은 향후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됐다. 대출이 LTV 70%까지가 아닌 최대 6억원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4개 자치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6000만원을 넘는다.
예를 들어 비규제지역인 마포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약 12억903만원이다. 무주택자라면 당초엔 LTV 70%가 적용돼 최대 8억4632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현금을 3억6271만원만 마련하면 아파트 매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28일부터는 6억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 현금을 6억903만원 들고 있어야 매수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올해 하반기 마포구 진입을 계획하던 경기 고양시 거주 직장인 조 모씨(35)는 "현금 부자가 아니면 서울 집을 사지 말라는 거냐"며 "서울 진입 사다리가 뚝 끊긴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마포·성동·광진·동작구 등 한강벨트 중급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거래량이 줄고 시세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균 매매가 8억6000만원 미만 단지가 몰린 강북권역에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6억~8억원대 매입이 가능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8억6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르는 키맞추기 현상에 대한 걱정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해지며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강남 3구와 용산구 집값은 공고할 것이란 의견도 많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됐다"며 "자잘한 주택을 던지고 똘똘한 한 채로 가라는 더욱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불시에 나온 대출규제에 자금 사정이 빠듯한 수분양자들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분양자로선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 대출을 막는 게 어려워졌다.
정책 대출을 조인다는 소식에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신 7개월 차인 자영업자 문 모씨(33)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했다. 도대체 소득과 자산규제가 빡빡한 서민 대출까지 왜 손을 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