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3000가구 신도시급 청사진…단지별 분석해보니 지하철 9호선 접근성 뛰어난 1단지 2·3단지 공원 조성으로 종상향 받아 8단지 백화점·마트 등 이용 편리 11·12단지 대지지분 높은게 장점 14단지 재건축땐 초대형단지 예고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6단지. 평일 이른 시간인데도 근처 중개업소에는 1~2명의 손님이 들어와 있었다. 손님이 없는 중개업소들도 열린 출입문 사이로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렸다. 6단지 외곽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1군 건설사들이 내건 '조합설립 인가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6단지에서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5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도 들러봤는데 분위기는 비슷했다.
최근 부동산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 중 하나는 서울 양천구 목동이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4개 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거나 지정을 앞두면서 재건축 작업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고 49층 높이의 아파트가 즐비한 5만3000여 가구 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하려는 계획이 출발한 셈이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는 지난달 조합까지 설립됐고, 설계사 및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지난달 목동 일대에서만 신고가 거래가 50건이 넘게 나왔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392개 동에 달하는 이곳 초대형 단지는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양천구를 넘어 서울 서남권 주택 시장을 대표한다. 강력한 학원가를 강점으로 내세워 서울 영등포·여의도는 물론 인천·부천·안산·광명·김포 등 수도권 서부 지역의 상류층이 좀 더 나은 주거 환경과 교육 환경을 찾아 들어왔다.
저층(5층) 아파트와 중·고층(15~20층) 아파트가 섞여 있어 14개 단지 용적률이 대부분 110~140%대로, 서울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재건축 사업성이 우수한 편이다. 3종 주거지역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임대주택' 없이도 25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으니 공간을 2배 이상 확대할 수 있다.
단지마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해 1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시공사와 평면, 조경이 모두 다르다. 행정구역은 1단지부터 7단지까지가 목동이고, 8단지부터 14단지까지는 신정동이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오목로를 경계선으로 목동에 위치한 단지는 '앞단지'라 부르고, 신정동에 위치한 단지는 '뒷단지'라 부른다.
지금까지는 학군이나 학원 쪽에서 우위에 있는 앞단지가 시세를 이끌었는데 재건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뒷단지가 많이 따라왔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목동1단지는 9호선 신목동역 역세권이다. 역까지 걸어서 5~15분 거리라 지하철 접근성이 좋지 않은 목동에선 가장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안양천길, 서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에 접근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인근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소음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우려는 늘 문제로 지적된다.
2·3단지는 전통적으로 목동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다. 파리공원이 근처에 있고 월촌초, 월촌중, 영도초, 신목중 등 목동에서도 유명한 학교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인근 근린상가에 목동 중심 학원가가 조성돼 있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목동 1~3단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용도지역 상향 문제였다. 2004년 종 세분화 당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와 양천구는 임대주택 대신 1~3단지를 둘러싸고 모두 7.7㎞ 길이의 선형 공원을 조성해 공공기여하는 것으로 종 상향 조건을 바꿨다. 큰 위험 요소가 사라지자 목동 2단지와 3단지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4·5단지는 북쪽으로 목동 중심 학원가, 남쪽으로 현대백화점 목동점 및 CGV, 행복한백화점, 교보문고 등이 밀집한 중심상업지구와 모두 가깝다. 5단지는 용적률이 117%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가장 낮다. 다른 지역과 맞붙은 1~4단지와 달리 동서남북 사면이 모두 목동 택지지구로만 둘러싸여 있어 쾌적한 주거 환경을 자랑한다. 사실상 7단지와 함께 목동 아파트 시세를 이끌었던 단지라 할 수 있다.
4단지는 1382가구로 목동에선 소형 단지로 분류된다. 이곳은 단지 남측으로 국회대로가 지나가는데 최근 이를 지하화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6단지는 용적률이 139.08%로 목동 아파트 중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독보적인 사업 속도를 자랑하면서 재건축에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단지는 이대목동병원과 경인초, 양정중고가 붙어 있고 일부 가구는 재건축 설계에 따라 안양천 조망도 가능하다. 학세권·병세권·강세권 등 이른바 '3세권' 입지라 실거주 가치가 꽤 높다는 평가다. 또 정비계획에서 마이스(MICE,기업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개발 예정인 목동종합운동장·유수지와 연결하기 위해 국회대로 상부에 입체 보행육교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안양천 인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한 부분도 눈에 띈다.
7단지는 목동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목동오거리, 5호선 오목교역·목동역에 접해 있다. 단지 규모가 2550가구로 목동 14개 단지 중에서 두 번째로 큰 데다 용적률도 124.76%로 뛰어나다. 이 아파트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오목로를 사이에 두고 단지가 두 개로 쪼개져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 공람을 마친 정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731~734동이 위치한 땅을 공공기여 받아 중학교 등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목동8단지는 7단지와 마찬가지로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목동예술인센터 등 오목교역 일대에 집중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편한 입지다. 진명여고가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다만 저층 아파트 없이 중·고층으로만 이뤄져 있어 용적률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9단지 아파트는 서울남부지검, 서울남부지법을 끼고 있어 목동에선 '법조단지'로 불린다. 2030가구로 뒷단지 중에선 중심 역할을 하던 곳이다. 이 단지는 2020년 안전진단에서 최종 탈락했다가 사업을 재개한 후 다른 단지들을 따라붙고 있다.
9단지 옆에 붙은 10단지는 2호선 지선 신정네거리역이 동별 위치에 따라 5~10분이면 걸어서 접근 가능하다. 신서초, 양명초 등이 주변에 있고 2160가구 대단지다.
11단지와 12단지는 목동 신시가지 단지 중 가장 외곽에 있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데다 11단지는 생활권이 목동보다는 구로구 고척동에 가까워 동일 평형 기준 아파트 가격이 다른 단지보다 낮았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매매가격은 저렴한데 대지 지분이 다른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실제로 11단지와 12단지는 27평(공급 평형) 기준 대지 지분이 각각 70.6㎡와 67.3㎡로 14개 단지 중에서 1·2위다. 20·27평 등 소형 평형만 있는 점도 시세에 눌림목으로 작용했지만 주민 의견 모으기가 쉬울 것이라는 전망에서 강점이 됐다.
13·14단지는 2호선 지선 양천구청역이 가깝다. 14단지는 목동 아파트 중에선 유일하게 3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다. 재건축 이후에는 5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