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결막(안구 외부의 점막)이 갑자기 처질 만한 외부 충격이 있었을까. 결막 늘어짐 증상에 적용하는 수술인 결막이완증 성형술이 작년 한 해만 3만건 넘게 늘었다.
최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험사 자료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보험사는 결막이완증 수술 보험금으로 146억원을 지급했다. 2023년 9억원과 비교해 1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보험금이 지급된 수술 건수는 2345건에서 3만4025건으로 14배 불었다.
결막이완증은 결막이 늘어져서 주름이 생기는 질환인데, 안구건조증 등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치료법은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증에는 인공눈물만 떨어뜨려도 충분하다. 만약 이를 넘어 국소 항생제 등을 적용했는데도 낫지 않으면 안과에서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몇 년 새 결막 성형술을 받은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한 이유를 찾고 있다. 한국인 결막이 급작스레 처질 환경적 요인이 여럿 존재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결막이완증은 유병률이 단기간 상승할 만한 질환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사보험을 적용한 수술에서 누군가가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2022년 고주파를 이용한 결막이완증 수술이 건강보험 항목으로 편입되면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결막 성형술을 집도했을 때 받는 진료비는 51만원 안팎으로 약물 치료만 적용했을 때와 비교해 14만원 많다.
꼭 필요한 환자를 수술한다면 비용이 더 많이 나간다고 한들 지적할 대상은 아닐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사례를 다수 발견하고 있다. 당일 방문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 치료도 없이 수술부터 실시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과잉 진료는 보험료를 높일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타격을 입힌다. 우리 사회는 백내장 수술 과잉 진료를 줄일 방법을 찾았듯 결막이완증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과잉 진료의 트렌드는 즉시 또 다른 질병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과잉 진료를 유발하는 비급여 관리체계를 개선하지 않고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만 가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