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문제는 고차방정식이다. 대한민국의 고질적 고민인 저출생·고령화 문제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3만4009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42%에 달하는 5만7223가구가 인구감소지역에 위치해 있다.
저출생·고령화 추세가 이어지면 빈집과 인구감소지역 모두 늘어난다. 사람이 줄어들면 빈집이 생기고, 빈집이 늘어나면 그 지역은 활력을 잃고 사람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만약 서울 강남에 갑자기 빈집이 생긴다면 이를 갖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설 것이다. 빈집이라서 외면받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환경 등으로 지역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빈집 문제의 핵심이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려면 빈집 발생 지역의 활력을 높여 이곳을 찾는 이들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인구 감소,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도 빈집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빈집을 지역 활성화 자산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빈집을 지역 활력을 높이는 거점으로 만들어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우리 역시 이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 철거나 그저 활용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빈집 문제의 올바른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다. 빈집을 숙박시설, 임대주택, 지역센터 등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그치지 말고 어떻게 사람들을 이 지역에 오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빈집 한 채 철거에 적어도 15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전국 모든 빈집을 철거하려면 최소 2조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철거는 비용 문제로 사실상 불가능하고, 활용 방안만 검토하는 것은 '사람들 발길이 끊긴 지역'이라는 현실을 극복할 수 없다.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볼 만한 대목은 정부 역시 철거, 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빈집 대책은 이제야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지역 활성화를 넘어 저출생·고령화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빈집 대책이 계속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