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연구자들은 많은 후보물질로 실험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게 관건인데, 금속은 후보물질 탐색에 더 오래 걸린다. 여러 금속을 녹여 합금을 만드는 방법은 용광로에 쇳물을 부어 녹이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연구자들이 훨씬 다양한 합금을 간단히 만들 수 있게 됐다. 3D프린팅 업체 인스텍이 개발한 재료 연구용 3D프린터 'MX-Lab'이 18주 차 IR52 장영실상 수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최대 6가지 금속을 한 번에 배합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3D프린터다.
MX-Lab은 가로, 세로, 높이가 1m 미만으로 책상 위에 올려 둘 수 있는 크기다. 6가지 금속 분말을 실시간으로 혼합해 새로운 합금을 만들어준다. 제품에 6가지 금속 분말을 넣으면 레이저가 이들을 녹여 균일하게 섞는다. 설탕, 소금, 밀가루 등을 한데 섞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대형 3D프린터로 합금을 제작했다. 작은 물체를 만드는 정교함이 떨어지고, 가격도 수억 원에 달해 쉽게 쓸 수 없었다.
MX-Lab은 가격이 5분의 1 수준이라 연구실마다 들여놓을 수 있으면서도, 더 다양하고 정교한 합금을 만들 수 있다. 연구자들은 MX-Lab을 이용해 많은 합금을 빨리 제작하고, 그만큼 실험 시간은 단축된다. 기존에는 설계 소프트웨어인 캐드(CAD)로 구체적인 도면을 그려야 했지만, MX-Lab에는 몇 가지 수치만 입력하면 원하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임승환 인스텍 이사는 "장비 설계와 소프트웨어 등이 소형 연구실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며 "재료 분야의 모든 연구실에 MX-Lab을 보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20개국에 40대 이상이 판매됐다. 서울대 등 국내 주요 대학은 물론이고 브라운대나 미국 육군 미래기술연구소에서도 MX-Lab을 도입해 재료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