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신규가입 중단 파장 사흘새 가입자 9만명 줄어 점유율 40% 붕괴도 시간문제 "로밍 쓰면 유심보호 가입 안돼" 황금연휴 출국 앞두고 발동동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 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 여행객들이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SK텔레콤에 대해 신규 가입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이 회사가 대규모 해킹 사태가 빚어졌음에도 피해 방지보다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라는 지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SK텔레콤으로서는 서둘러 현장의 유심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고객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하게 됐다. 정부가 해지 위약금 면제도 검토하라고 주문한 만큼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면서도 주주들의 원성까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1일 통신업계에서는 정부의 신규 가입 제한으로 SK텔레콤 점유율 40%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이동통신 회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SK텔레콤의 점유율은 40.49%다. KT는 23.40%, LG유플러스는 19.19%다.
해킹 사고로 기존 고객의 대규모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규 가입 중단 조치는 점유율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28~30일 SK텔레콤 가입자는 9만333명 순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29일 신규 가입자가 1만1991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흘 새 1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다른 회사로 옮겨간 셈이다.
정부가 SK텔레콤에 가입자 해지 위약금 면제는 물론 피해 보상 시 증명책임 완화 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SK텔레콤 이용약관 제43조에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무 의무가 면제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SK텔레콤이 해킹을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정하면 위약금 부담이 사라지는 만큼 가입자 이탈이 급증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유심 보호 서비스만으로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고객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회사에 따르면 유심 교체 예약자는 지난달 29일 기준 539만명이며 지금은 6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최장 6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 중 해외여행을 앞둔 SK텔레콤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유심 보호 서비스와 해외 로밍 서비스는 중복 가입할 수 없어 출국 전 유심을 교체하지 못한 가입자는 유심 보호 서비스와 로밍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해킹 사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유심 보호 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1318만명으로 집계됐다.
한 SK텔레콤 가입자는 "통신사를 갈아타자니 위약금이 수십만 원이고 안전을 이유로 로밍 서비스를 안 쓸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SK텔레콤 로밍센터에서는 당일 출국 고객에 한정해 유심 현장 교체를 우선 시행하고 있지만 가입자가 몰려 수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출국 일정이 촉박해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정상인증시도 차단 시스템(FDS)이 가동 중인 만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고객 불안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소송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대륜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SK텔레콤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 대륜은 "정보보호투자비를 감액하면서 유심 관련 정보 보호를 소홀히 했다"며 SK텔레콤이 자사 이익을 우선해 고객 보호 의무를 등한시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