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한상철 사장 신약 R&D 밀어붙여 성과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의 PPI제제 대체 기대 식사와 관계없이 섭취하고 복용 즉시 효과 볼 수 있어 中등 21국과 원료수출 계약
한국 음식은 자극적인 메뉴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치만 봐도 맵고 짜다. 뜨거운 찌개나 국물 요리도 많은데, 위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위염이나 위산과다 등 위장관 질환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고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면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위. 그만큼 질병에도 많이 노출되는데, 지난 30여 년간 대표적인 위 질환 치료제 중 하나로 PPI제제가 꾸준히 사용돼 왔다. 다만 느린 작용시간과 불안정한 약물 상호작용, 미미한 야간 산분비 억제 효과 등의 불편함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아침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환자들로부터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이들 문제들을 개선한 신약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국내 37번째 신약으로 소화성궤양 치료제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정의 최종 품목 허가를 승인했다.
제일약품이 초기 후보물질을 연구했고, 이후 온코닉테라퓨틱스가 후속 개발을 통해 개발에 성공한 자큐보정. 이번 신약 개발의 중심에는 한상철 제일약품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있다.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공동 대표로 선임된 한 대표는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의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한 신임 공동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통해 회사의 성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제일약품 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 2015년 부사장을 거쳐 2023년 제일약품 사장에 올랐고, 2017년부터 제일약품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한 대표의 주도로 2020년 설립된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상품 매출 중심이던 제일약품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한 대표 주도로 개발된 자큐보정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PPI(프로톤펌프저해제)제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차세대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 신약이다. 복용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긴 반감기에 따른 지속적인 위산억제작용으로 야간 가슴쓰림 증상에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 없기 때문에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어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만족시켰다.
또한 자큐보의 미란성 식도염 3상 임상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의 소화기학 학술지인 AJG(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국내 P-CAB 최초로 게재돼 제품의 국제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한 대표는 제일약품의 성장을 위한 로드맵으로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해외 수출 확대 등 중장기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 인도, 멕시코, 남미 등 21개국과 신약 자큐보정의 원료 수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그중 2023년 중국과의 계약이 현재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큐보정은 복용 편의성을 높인 제형 개발에도 성공했다.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 구강붕해정(Orally Disintergrating Tablets)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난 2일 신규 품목 허가가 신청됐다. 식약처의 최종 품목허가가 이루어지면 자큐보는 P-CAB계열 신약 중 세계 두 번째 구강붕해정 신약이 된다.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도 입안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형으로,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나 빠른 복용이 필요한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이뿐 아니라 자큐보는 제형 변경 외에도 새로운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으로 신약 허가를 받은 지 1년도 안 된 올해 초 위궤양 임상 3상에 성공하며 지난 1월 23일에 적응증 추가 신청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