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조원 이상 규모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갈수록 식어가는 성장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종잣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관건은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찾는 것이다. 기업들에 부담을 떠넘기거나 국민 세금을 거둬 충당하려 한다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펀드의 수익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 여론의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과 함께 경제·사회·안보·문화 등 주요 분야에서 123개 국정과제가 제시됐다. 이재명 정부는 특히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진짜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이 운영 중인 50조원 규모 첨단전략산업기금에 민간 자금을 더해 100조원 이상으로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펀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2차전지,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AI데이터센터, 에너지고속도로 등 인프라 투자에도 나설 예정이다.
펀드 성패는 자금조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기금을 활용한다고 해도 50조원 넘는 돈을 끌어와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우선 거론되지만 과거 '녹색성장펀드'를 비롯한 관제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했던 데다 나중에 정권이 바뀔 경우 장기 투자가 어려울 수 있어 선뜻 출자하기가 부담스럽다. 결국 정부 몫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5년간 21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116조원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징적인 차원에서 대형 인프라 사업부터 재검토하기 바란다. 졸속 추진한 가덕도 신공항, 달빛철도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예산 낭비를 줄여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한다면 그게 바로 '진짜 성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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