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침체된 내수를 살리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풀겠다는 것이지만, 과거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 사례를 돌아본다면 신중한 접근과 철저한 효과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화폐 형태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최대 5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일반 국민은 25만원, 차상위계층이나 한부모가족은 40만원, 소득 상위 10%는 10만~15만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 지급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재정 여건과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해 선별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급 대상 인원은 약 5117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역화폐 할인 지원액까지 포함하면 14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세수 부족과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소비 진작 효과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은 26~36%만 소비로 이어졌고, 나머지는 저축이나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고소득층의 경우 소비 변화가 크지 않았고 전체적인 경기 부양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화폐 역시 학원비 등에 소비가 집중돼 지역 상권 활성화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여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민생지원금 효과에 대한 사전·사후 분석은 필수다.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정부와 여당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책 집행 이후에는 지급 시기, 대상, 방식에 따른 소비 유발 효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향후 복지·경기 대응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퍼주기 정책으로 일시적인 지지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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