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01 13:02:54
유형 1.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 혁신
압도적인 ‘운영 효율성 혁신’을 내세워 대기업을 넘어선 곳도 적잖다. 운영 효율성이란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동시에 운영비용까지 절감, 회사의 이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조직이 비대한 대기업은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사회적 시선, 법적 규제 등 문제로 인해 효율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덩치가 작은 언더독 기업은 다르다. 작은 조직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수익 모델을 쉽게 도입한다. 이를 토대로 확보한 압도적인 이익률로 1위 기업을 제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카페·외식 시장 대격변
‘효율성’ 내세운 기업들 약진
2024년은 카페 시장 ‘대격변의 해’였다. 기존 강자 이디야, 투썸플레이스를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제친 것. 본래라면 저가커피 업체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브랜드 인지도는 기존 업체가 압도적으로 높고, 제품당 단가도 차이가 2배 가까이 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기준 메가커피는 2000원, 투썸플레이스는 4700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따라잡기 힘들다는 게 세간 인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 일어났다. 2024년 메가커피가 영업이익 1076억원을 기록, 327억원에 그친 투썸플레이스를 압도했다. 컴포즈커피도 지난해 영업이익 400억원을 달성하며 투썸플레이스를 가볍게 제쳤다.
덩치가 5배나 큰 ‘커피 공룡’을 제친 이들의 비법은 바로 ‘운영 효율성’이다. 가맹점 중심 사업 구조와 매장 운영비용 절약 등 전략이 먹혀들었다.
가장 큰 공신은 가맹점 중심 사업 구조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는 직영점과 가맹점을 섞어서 운영한다. 가맹점보다 직영점 비중이 높다. 직영점은 인력·품질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효율성은 떨어진다.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임대비 등 고정비용이 많아서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늘려야 하지만 기존 업체는 무작정 가맹점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 가맹점은 인력, 품질 관리가 쉽지 않다. 브랜드 이미지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가맹점 수 증가는 일종의 도박에 가깝다.
반면,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는 처음부터 가맹점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저가커피는 맛과 커피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가격을 보고 오기 때문이다. 커피 품질이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싸기 때문에 불만이 없다. 저가커피 매장을 방문하는 이들은 친절한 서비스도 바라지 않는다. 커피만 받고 나서는 테이크아웃 고객이 다수인 덕분이다. 굳이 직영점을 내면서 인력, 품질 관리에 공들일 필요가 없다. 메가커피는 3500개, 컴포즈커피는 2800개 이상 가맹점을 운영한다. 이들 매장으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
매장 운영 효율도 일반 카페를 압도한다. 키오스크 도입이 더딘 대형 카페와 달리 이들은 재빨리 키오스크와 앱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메가커피는 2018년 오더 시스템을 개발, 2020년 8월 ‘메가오더’를 도입했다. 메가오더는 개시 후 월평균 도입률이 평균 50%씩 증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컴포즈커피도 자체 앱과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주문을 받는다. 타 프랜차이즈 대비 훨씬 저렴한 인건비로 매장을 운영한다.
운영 효율성을 내세워 업계 1위 사업자 2곳을 한 번에 제친 곳도 있다. 피자나라 치킨공주(이하 피나치공)다. 피자 업계 강자 도미노피자, 치킨 최강자 중 하나인 교촌치킨을 압도했다. 피나치공은 지난해 매출 959억원·영업이익 211억원·영업이익률 22%를 기록했다. 반면, 도미노피자는 매출 2011억원·영업이익 70억원을 내며 영업이익률 3.5%를 낸 데 그쳤다. 교촌치킨은 영업이익 152억원으로 전년보다 38.6% 줄었다. 피나치공은 매출이 교촌치킨의 5분의 1 수준인데도, 영업이익은 교촌치킨의 1.37배를 벌어들였다.
피나치공의 성공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비용 관리다. 피나치공은 소규모 매장 위주로 가맹점을 500개 이상으로 늘려 운영 효율성을 확보했다. 홀보다는 배달 전문 매장을 내세워 임차료·인건비를 최소화했다.
두 번째 비결은 가성비다. 피나치공은 피자와 치킨을 결합한 독창적 메뉴를 저렴한 가격대에 제공했다. 가성비 전략으로 1인 가구와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피나치공 대표 메뉴는 1만5000원 이하로 책정돼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가게 운영비용이 적은 피나치공만이 운영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선행 주자’ 삼키는 언더독들
효율성 무장해 선행 주자들 앞질러
작은 덩치를 이용한 운영 효율성 전략 도입은 외식 업계를 넘어 유통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분위기다. 유통, IT 등 대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효율성 전략을 앞세워 선행 업체를 아예 인수한 곳도 나타났다.
주인공은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는 4월 14일 ‘티몬’의 최종 인수 후보자로 선정됐다. 티몬은 2022년 기준 연간 거래액이 3조8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플랫폼이었다. 쿠팡과 함께 한국 이커머스를 이끄는 ‘양강’ 업체로 꼽혔다. 반면 오아시스는 티몬에 비하면 존재감이 옅었다. 거래액이 1조에 못 미치는 ‘소형 플랫폼’이다.
두 회사 운명을 가른 것은 ‘효율성’이다. 오아시스는 압도적인 효율성을 앞세워 이커머스 업체 중에선 드물게 꾸준히 흑자를 냈다. 자체 개발한 AI 물류 솔루션 ‘오아시스루트’로 물류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왔다. 또한 물류·배송 등 전 과정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이미 구축된 물류망을 활용해 신선식품 배송에 드는 물류비를 최대한 낮췄다.
반면 티몬은 과도한 서버 이용료 부담과 낮은 상품 마진율 등으로 자금난을 겪었다. 매출과 거래액을 올려 덩치를 키운 뒤 이익을 거둔다는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접근했지만, 패착이 컸다. 이미 같은 전략을 선보인 쿠팡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덩치가 지나치게 커진 탓에 전략 변경도 쉽지 않았다. 적자만 기록하는 사업을 놓치 못했다. 결국 자금난에 허덕이다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고 말았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판’을 바꾼다는 복안이다. 티몬을 인수하면 단숨에 조 단위 거래액을 확보한다. 티몬 매출 규모와 오아시스가 오랫동안 쌓아온 ‘운영 효율성’ 노하우가 합쳐진다면 충분히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음 목표는 신선식품 분야의 선행 주자 ‘컬리’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작은 조직의 장점을 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오아시스 전략이 티몬이란 거대 업체를 인수하고도 잘 먹힐 것이냐가 중요하다. 티몬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오아시스는 ‘동네 식품 가게’서 유통 판을 흔드는 메기로 완전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유통가 분위기를 들려준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정혜승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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