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2 21:00:00
한한령 해제 임박 시그널 수두룩
국내 3인조 래퍼 ‘호미들’이 한국 국적 가수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호미들은 지난 4월 12일 후이난성 우한시에서 중국 투어의 첫 공연 무대에 올랐다. 호미들은 한국 국적 2000년생 3인조 그룹이다. 한국힙합어워즈에서 2021년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로 선정된 바 있다. 그간 미국 국적을 갖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밴드 ‘검정치마’ 등의 중국 공연은 있었다. 하지만 한국 국적 가수가 중국 무대에 선 건 2017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시작 후 처음이다. 한국 가수의 중국 투어 공연은 2015년 빅뱅이 마지막이었다.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 17’도 중국 전역 영화관에서 정식 개봉됐다. ‘미키 17’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하는 미국 작품이면서, 한국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수 윤수현은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중 교류 기념 행사에 초청돼 현지 무대에 섰다. 지난 3월에는 K팝 걸그룹 아이브와 트와이스가 팬사인회를 여는 등 한류 활동 재개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연예인 中 공연 잇따라
‘미키 17’ 개봉도 신호탄
중국이 지난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를 이유로 한국의 음악·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를 제한한 지 약 9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모습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한한령 해제가 더욱 힘을 받는 듯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해제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다시 복귀한다면 중국이 마냥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는 힘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유로 ‘중국 간첩’ 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 인용 이후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한한령 해제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한령이 풀린다면 수혜받을 종목이 적지 않다. 국내 영화,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은 만큼 국내 미디어가 크게 주목받을 듯 보인다. 한한령 이전 연간 미디어 콘텐츠의 중국 판매 금액은 1100억원 수준이었다가 이후 4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향후 기존 K콘텐츠 IP(지식재산권) 수출과 중국 현지 드마라 동시 방영, 중국 현지화 오리지널 콘텐츠 및 공동제작 협업 등 기회 요인이 많다는 예측이다.
일단 IP를 직접 보유하고 핵심 채널에서 연간 최소 10편 이상의 작품을 안정적으로 제작한 곳이 주목받는다. 글로벌 OTT 서비스와의 유통망 구축과 중국 판매 이력도 중요하다. DB금융투자는 이런 K-콘텐츠 기업으로 스튜디오드래곤, 콘텐트리중앙, 에이스토리 등을 꼽는다. 특히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스터디그룹’ ‘그놈은 흑염룡’ ‘얄미운 사랑’ ‘자백의 대가’ ‘조각도시’ 등 다양한 장르 콘텐츠를 선보인다. 기존 작품이 많아 연평균 20편 IP 중 절반이 중국으로 수출된다고 가정하면 350억원 매출이 발생한다. 같은 방식으로 콘텐트리중앙의 구작 IP 매출은 25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은정 D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한령의 진정한 해제는 K-콘텐츠 중국 동시 방영 계약과 방영 소식이 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사 주목
기획사 공연 수익 기대
한한령 이전 최고 인기를 누리던 K-팝 아티스트들도 ‘중국몽’을 꾼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빅뱅은 2016년 중국 본토 팬미팅을 총 29회 진행했다. 이때 48만명을 모객했다. 지금은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키즈, 블랙핑크, 에스파, 트와이스 등이 스타디움 규모 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미 중국 내 공식 행사가 늘었다. 지난 3월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워터밤 하이난 2025’는 K팝 축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한국 가수를 대거 섭외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중화권 아이돌 그룹 웨이션브이(WayV)를 비롯해 박재범, 에일리, 타이거 JK, 윤미래 등이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한두 달 사이 걸그룹 트와이스와 아이브도 중국 상하이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다. 트와이스는 지난 2015년 말 대만 국적 멤버 쯔위가 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사실상 중국 활동이 중단된 지 9년여 만에 중국 현지에서 팬들을 다시 만났다.
국내 증시 상장 기획사 하이브, SM, YG, JYP엔터테인먼트 모두 수혜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는 BTS 완전체 컴백이 호재다. 임수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내년 하이브의 예상 매출액(2조7000억원·3조5000억원)에는 BTS의 활동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BTS는 콘서트 회당 모객 수 5만명 이상을 보장하는 아티스트인데 70회 콘서트를 가정하면 350명 이상, 최근 평균 공연 티켓 단가(23만원 수준)를 감안하면 총 8000억원 매출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와 NCT드림 등 글로벌 아이돌이 소속돼 있다. 여기에 라이즈, 엔시티 위시, 하츠투하츠 등 비교적 신인으로 분류되는 아이돌도 가세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YG엔터테인먼트도 블랙핑크를 포함해 베이비몬스터, 트레저 등 글로벌 아이돌이 즐비하다.
이선화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에 5만석 이상 모객이 가능한 공연장은 36개”라며 “올해 발표된 톱티어 아티스트 월드투어 일정엔 중국이 제외돼 있으나 한한령 해제로 중국 본토 공연이 가능해진다면 100만명 이상 추가 모객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게임도 빗장 풀리는 중
국내 침체로 주가 지켜봐야
또 하나 수혜 산업이 게임이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판호(版號)라는 유통 허가권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만 판호 발급이 소수에 그쳤다. 한한령 시행 첫해 1건에 불과했고 2018~2019년 0건, 2020~2021년 3건에 그쳤다. 한국 게임 수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하던 중국 수출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부터 빗장을 풀었다. 중국신문출판국은 지난해 113건의 내자판호와 15종의 외자판호 발급을 발표했다. 국내 게임 중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니케’가 발급받았다. 판호 발급이 기업 실적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침체된 국내 게임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엔 용이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프트업은 지난 3월부터 ‘승리의 여신: 니케’에 대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한편 중국 여성을 사로잡았던 K-뷰티도 다시 한번 날갯짓을 기대한다. 2000년대 당시 한방 화장품에 궁중(宮中) 이미지가 입혀진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화장품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가 중국 현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한령과 함께 중국 경기 침체로 현지 소비 시장이 어두워졌고, 1차 K-뷰티 부흥기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2030 타깃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2차 K-뷰티 부흥기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움증권은 ODM 업체인 코스맥스, 한국콜마를 주목한다. 조소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는 국내 화장품 ODM 1등 업체로 중국과 비중국 수출 증가 수혜를 모두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6호 (2025.04.23~2025.04.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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