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3.18 21:00:00
다시 불붙은 서울 분양권·입주권 시장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서울 분양권·입주권 시장이 덩달아 들썩인다. ‘분양권’이 청약 당첨자에게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를 구매하는 개념이라면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으로부터 입주할 권리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권에 10억원 넘는 웃돈이 붙었고, 서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서울 내 아파트 입주(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양권·입주권을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의 거래 건수는 총 923건이었다. 2021년(267건), 2022년(82건), 2023년(549건)과 비교해 각각 3.5배, 11배, 1.7배 급증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진행된 대규모 입주장을 앞두고 ▲강동구 205건 ▲동대문구 171건 ▲광진구 84건 ▲강남구 71건 ▲마포구 70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다.
분양권·입주권 거래는 올 들어서도 활발하다. 올 1~2월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량(3월 13일 기준, 계약 취소건 제외)은 총 186건으로 집계됐다. 1월 거래량은 101건, 2월은 85건이었다. 지난해 1~2월 거래량이 69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분양권·입주권을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후 30일인 점을 고려하면 1~2월 최종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 기간에도 ▲강동구 45건 ▲동대문구 36건 순으로 거래가 많았고,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2025년 7월 예정, 958가구)’ 입주를 앞둔 성동구에서도 25건의 권리가 사고팔렸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은 단순히 거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세까지 뚜렷하다. 서울 강남·서초구와 강동구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20억원을 넘긴 거래만 49건으로 집계됐다. 분양권·입주권 거래 4건 중 1건 이상(26.3%)이 20억원을 넘겨 거래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0억원 이상 거래가 10건에 그쳤다.
1만2032가구 위용 ‘올파포’
올 들어 권리 41건 사고팔려
가장 인기 있던 아파트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이다. 둔촌주공아파트를 총 1만2032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한 이곳은 지난해 11월 입주를 앞두고부터 입주권 거래가 활발했다. 지난해에만 149건, 올 들어서만 총 41건(3월 13일 기준)의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모두 입주권이다. 지난해 말부터 분양권도 전매제한이 풀려 거래가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실거주 의무’ 규정이 남아 있어 분양권이 팔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올 들어 거래된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 중 하나는 25억407만원(33층)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20억원 수준에 거래되던 입주권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지난해 12월 말에는 27억원(26층)에 손바뀜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 아파트가 일반분양가 기준 최고 13억2040만원에 공급된 점을 고려하면, 입주권을 보유한 조합원은 두 배가량의 가격에 권리를 넘긴 셈이다. 같은 단지 전용 109㎡ 입주권은 올 1월 31억637만원(16층)에, 전용 167㎡ 입주권은 46억3000만원(35층)에 주인이 바뀌었다.
전매제한을 받아 입주권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남권에서는 권리의 가격 상승 속도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해 12월 42억원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34억원에 거래됐는데 8개월 사이 8억원이 뛰었다. 전용 124㎡는 입주권 기준 최고가인 55억2886만원(28층)을 기록했다.
분양권·입주권 몸값이 높았던 단지 중 하나는 2023년 말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다. 개포주공1단지를 총 6702가구 규모로 재건축한 이곳에서는 지난 2월 22일 전용 84㎡ 입주권이 38억원(5층), 38억5000만원(17층)에 각각 손바뀜됐다. 이 단지에서는 10평형대 초소형 아파트인 전용 34㎡ 분양권이 14억3000만원(15층)에 팔리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 132㎡는 54억5000만원(32층)에 팔리면서 메이플자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다.
강남권이 아닌 지역에서 초고가 단지 거래 사례도 등장했다. 광진구 광장동에 공급된 ‘포제스한강(128가구)’ 전용 84㎡ 분양권이 지난 2월 20일 43억원(7층)에 팔렸다. 지난 3월 5일에는 같은 단지 전용 115㎡ 분양권이 49억5000만원(6층)에 전매됐다. 지난해 말에는 이 단지 분양권 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올 들어서는 9월 입주를 앞두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남권·한강변이 아닌 강북권에서도 입주를 앞둔 단지 분양권·입주권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문뉴타운에서는 올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와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가 모두 주목받았다.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라그란데에서는 올 들어 전용 59㎡ 분양권이 최고 11억2701만원(12층)에 계약서를 썼다. 이 아파트 최초 분양가가 8억7000만~8억8800만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입주장에 2억500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은 셈이다. 10억7800만~10억9900만원 선에 공급됐던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 2월 25일 12억8000만원(4층)에 실거래되기도 했다. 인근에서는 ‘이문아이파크자이’ 분양권·입주권이 비슷한 가격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다시 늘어난 것은 최근까지 청약 일정에 돌입하는 단지 분양가가 부쩍 높아진 탓에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1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714만원) 대비 18.8%나 올랐다. 그동안 분양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가 급등했기 때문인데, 여전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시장에서는 당분간 분양가가 도로 낮아질 거라는 기대도 낮은 상황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분양 당시 청약 성적으로 어느 정도 수요가 검증됐거나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완료돼 이른 시일 내 입주 가능한 새 아파트를 찾는 분위기”라며 “서울 주요 지역에 가구 규모가 큰 단지들이 속속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분양권·입주권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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